사진=박근종 칼럼니스트(현 성북구 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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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인해 경기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견해가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크게 늘고,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은행 연체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마저 하향 조정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우선 내수 동향의 '바로미터(Barometer)'이자 척도로 불리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2022년 이후 10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문소매점, 슈퍼마켓·잡화점 등의 판매가 줄어 100.7(불변 │ 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인 지난 2분기(-2.9%) 대비 3분기 감소 폭은 줄었으나, 감소세는 지난 2022년 이후 10분기 연속 이어졌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긴 기간 감소세 흐름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일정 기간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실질적인 금액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한 지역의 유통과 경제 전반의 소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계속 높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은행 연체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의 자영업자를 포함한 사업자 대출연체액은 지난 분기 2조 6,000억 원에 달했고, 전 분기보다도 1,500억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체 비율은 부동산이나 제조업보다도 숙박, 음식점업이 1.03%를 기록해 더욱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폐업한 외식업체는 6,290곳으로 폐업률은 4.2%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6,073곳보다 폐업업체 수가 3.5% 늘었고, 올해 2분기 폐업률은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1분기 4.4% 폐업률에 근접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19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액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 말 1,895조 8,000억 원보다 18조 원이 늘어난 1,913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공표한 2002년 4분기 이래 가장 큰 규모일 뿐만 아니라 증가 폭도 3년 만에 최대치다. 가계대출 잔액은 1,795조 8,000억 원으로 전분기 말 1,779조 8,000억 원 대비 16조 원이 증가하였고, 판매신용 잔액은 118조 원으로 전분기 말 116조 원 대비 2조 원 증가하였다.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은 물론 중견 대기업까지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한 차례 금리를 내렸지만, 가계부채와 환율 부담으로 추가 인하에 신중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돈을 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를 의미하는데 가계 빚 증가의 주요 원인은 주택담보대출로 대출잔액은 1,112조 1,000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9조 4,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영끌' 현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 9월 1일부터 시작된 금융 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1월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2분기 20대 이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45만 4,000개로 전년 159만 개 대비 8.6%인 13만 6,000개나 감소했다. 새로 청년을 뽑는 일자리가 무려 13만 6,000개가 줄어든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8년 이래 최소치다. '일자리'는 노동자가 맡은 '고용 위치'를 의미하는 말로 '취업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주중에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 학원 강사를 하는 경우 취업자는 1명, 일자리는 2개로 집계된다. 이 중 신규 채용 일자리는 해당 분기에 이직·퇴직이 발생했거나 일자리가 새로 생겨 신규로 채용된 근로자가 점유한 일자리다. 1년 넘게 같은 곳에서 일하는 '지속 일자리', 새로 만들어졌거나 새 사람이 채용된 '신규채용 일자리', 폐업 등으로 사라진 '소멸 일자리'로 크게 나뉜다.
같은 기간 청년층 인구가 2.9% 줄어든 것과 비교해봐도 감소세가 가파르다. 이에 반해 1년 전과 같은 곳에서 같은 근로자가 계속 일한 경우인 '지속 일자리'는 160만 2,000개에서 160만 5,000개로 지난해보다 0.19%인 3,000명이나 증가했다. 그런데에도 불구하고 신규 채용이 급감하다 보니 20대 이하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 역시 305만 9,000개로 전년도 319만 2,000개보다 4.2%인 13만 3,000개나 감소해 역대 가장 적었다. 당연히 고용시장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고령화 여파로 60대 이상 신규 채용 일자리만 올해에만 6만 2,000개나 증가하는 등 2018년부터 매년 노령층 일자리는 증가추세다.
분야별로 보면 제조업 분야의 20대 이하 신규 채용은 지난해 2분기 27만 8,000개에서 올해 2분기 25만 6,000개로 2만 2,000개나 줄었다. 건설업도 같은 기간 9만 9,000개에서 8만9,000개로 1만 개나 감소했다. 내수와 직결된 도매 및 소매업 분야 신규 채용 역시 22만 1,000개에서 20만 6,000개로 1만 5,000개나 감소해 역대 최소였다. 코로나 19 때보다도 적다. 숙박 및 음식점업도 22만 7,000개에서 21만 7,000개 1년 새 1만 개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공공기관에서도 청년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339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일반정규직 1만 3,347명 중 청년(15~34세)은 1만 703명으로 80.2% 수준이다. 이 비율은 2022년 85.8% 이래 지속적인 하락추세인데,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2020년 74.8%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청년 신규 일반정규직 인원도 2019년 2만 7,052명에서 지난해 1만 7,143명까지 계속 줄었다.
30대도 상황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올해 2분기 30대 신규 채용 일자리는 107만 개로 1년 전 113만 5,000개보다 5.73%인 6만 5,000개나 줄었다. 전체 일자리가 444만 3,000개로 1년 새 5만 9,000개 늘어난 것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인구 감소세를 감안한다고 해도 신규 채용 일자리 감소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 신규 일자리 감소는 인구 변화를 고려해도 급격한 편이다. 올해 2분기 15~29세 청년층 인구는 817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4만 1,000명 줄었다. 감소율은 -2.9%다. 이에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도 각각 3.1%, 3.5%씩 줄었다. 하지만 20대 이하 임금 근로 신규 채용 일자리 감소율(-8.6%)이 두 배 이상 큰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청년·여성·중장년 등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2차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정부도 청년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의 채용 감소는 청년층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안정된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은 더욱 어려워져 불안감은 높아진다. 나아가 사회 역동성과 혁신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즉 청년층 고용 위기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증폭되는 경제 불확실성에 휩쓸려 금융 부실 뇌관이 터지지 않도록 리스크 선제적 안전관리에 총력을 경주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청년층 고용이 경제구조 전환, 노동시장 변화 등과 맞물려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의 채용 감소는 청년층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음을 명확하게 경고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돌파구(突破口)는 당연히 규제 혁파에 있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오히려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고용 창출을 가로막는다.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의 호응도를 높여서 현 정치 부재 상황을 극복함으로써 정책의 성과를 내고 성장동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현재와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깨지 못하면 청년들이 이른바 '질 좋은 일자리'를 갖기는 매우 어렵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의 층위가 명확하게 나뉘어 시장 내 '이동 사다리'가 사라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청년들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소홀함이 없도록 정책적 조합과 융합 그리고 조화를 전제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해소와 정년 연장, 퇴직 후 재고용 등을 통해 고령층의 경험과 지식을 사장(死藏)시키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시행해야만 한다. 특히, 청년 일자리를 빼앗지 않도록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과감히 개편하고, 탄력 근무제 등 노동 개혁과 연계해야만 효과를 낼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 서둘러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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