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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여홍일 칼럼] 사이먼 래틀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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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기자]
문화뉴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새 장도를 내딛었으나 예전의 베를린필의 제왕적 포디엄을 그립게 한 사이먼 래틀 지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 연주장면. / 사진제공=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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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이용훈 기자]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2010년대 이후 내한공연에서 국내 클래식 관객들에게 짙게 드리워져 있는 지휘자는 라트비아 출신의 고(故) 마리슨 얀손스(1943-2019)다. 이는 마리슨 얀손스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직을 맡은 기간이 2003년부터 2019년 까지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내게는 특히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2012년 11월 첫 내한공연에서 흥분한 관객의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찼던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의 흥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2012년 11월말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의 내한공연에서 마리스 얀손스가 격정적인 지휘로 연주내내 허리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상하좌우로 지휘봉을 흔들고 짧은 순간 그가 두팔을 높이 치켜들며 연주를 마치자 객석에서 흥분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로 가득찼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3번 내림마장조 작품번호 55 '영웅'의 연주가 아직도 새롭다.

베를린필을 16년간 이끌었던 사이먼 래틀이 런던심포니를 거쳐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이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많은 클래식팬들의 심성에는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필의 제왕적 포디엄에서 계속 군림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12월 5일까지 이어질 한국와 일본, 대만을 아우르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아시아 투어 일환중 첫 기착지로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둘째날의 지난 21일 밤의 연주에서 필자는 이런 복잡한 심경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2번의 청량감으로 키신과 대조를 보인 조성진의 피아니즘!"
1955년생으로 올해 만 69세를 맞는 사이먼 래틀의 이날 건강상태는 사실 예전 로린 마젤이 10여전 넘게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시카고심포니를 지휘할 무렵 포디엄에 오르는 것 조차 힘겨워하던 것을 일부나마 노출시켜 조마조마 했었다.

그럼에도 포디엄에 올라서자 과거 다섯차례 국내 무대에서 베를린과 포효하던 래틀의 지휘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시간이 오래가지 않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날 사이먼 래틀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연주한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은 13년전 베를린필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했던 곡인데 롯데콘서트홀의 특성상 당시보다 더 현장감있게 생생하게 들려왔던 것은 최근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웹사이트 바흐트랙(Bachtrack)의 저명한 음악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세계 교향악단 랭킹에서 3위에 오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새삼 저력과 연주가치를 높이게 하는 대목이었다.

2005년 11월 7-8일 19년전 베를린필을 이끌고 내한공연을 가진 사이먼 래틀의 당시 공연 안내 팜플렛은 사이먼 래틀의 정면 모습이 아닌 뒷짐을 지고 돌아서서 등만 보여주고 있는 래틀의 모습을 보여준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6년간 베를린필을 이끌었던 래틀에 대한 국내 클래식 관객들의 당시의 사이먼 래틀에 대한 제왕적 신비감을 고조시키는 팜플렛의 상징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2005년에 이어 사이먼 래틀은 2008년과 2011년, 2013년과 2017년 다섯차례에 걸쳐 초겨울을 앞둔 11월경 내한공연을 펼쳤는데 그의 내한 공연 횟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베를린필을 이끄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나 전제적 압권같이 교향악계에서 군림했던 베를린필의 제왕적 신비감은 점차 엷어져 왔던 것 또한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올해 2024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의 내한공연은 사이먼 래틀이 마리스 얀손스가 몇차례의 내한공연을 펼쳐 특히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의 연주가 압권으로 남아있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첫 내한공연이었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터인데 래틀이 계속 베를린필의 지휘자로서 제왕적 포디엄의 카리스마적 연주를 펼쳐보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무대에서 내내 복잡한 심경을 일으켰다.

이날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협연무대를 가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2번의 청량감 넘치는 연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의 초기작을 상큼하게 요리해내는 뛰어난 수완을 보여 전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졌던 올 하반기 국내 클래식계 최대 화제작 '피아노계의 황제'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예프게닌 키신의 중량감있고 진중함이 스며든 브람스의 네 개의 발라드, Op. 10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2번의 연륜의 피아니즘과 대조를 이뤄 흥미로웠다.

빈필이 지난해 2023년 10월 내한공연에서 스타 협연자의 협연 없이 연주회를 이끌다보니 관객의 관심이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는 중론이었음에 반해 올해 2024년 지난 10월말 있었던 빈필의 2024년 내한연주회는 핫한 티켓파워 0순위의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번으로 협연무대를 장식,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보다 티켓파워나 열기면에서 훨씬 상회함을 보여줬다.

클래식계의 아이돌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잇따라 협연자로 나선 지난해의 서울무대에서 베를린필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이어 올해는 빈필과 조성진이 함께 함으로쎠 클래식 관객들로부터 티켓파워 0순위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무대를 펼쳐 12월 중순 도이치캄머필과 슈만 피아노협주곡 제2번의 연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날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공연열기는 또 어떻게 펼져지게 될지 새삼 흥행추(錘)에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빈필과 협연무대를 펼친 조성진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무대는 필자에게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피아노협주곡의 연주보다 앵콜곡의 쇼팽 왈츠 14번 연주로 자유로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더 빛을 발하고 활달한 연주를 펼쳐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연주에서도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첫날 공연에서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작품번호 54번을 협연했는데 조성진이 베를린필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과 달리 처음과 끝에 강박을 터트리는 면이나 앙코르곡 Liszt, Consolation No.3에서의 숨이 멎는 듯한 詩的 영롱한 선율이 조성진의 진가를 재입증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베베른 특유의 간결하고 강렬한 현대음악 스타일 담아내!"
래틀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이날 첫곡으로 연주한 안톤 베베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Op.6)은 20세기 초 독일 표현주의와 세기말의 불안정한 정서를 반영한 작품으로 짧고 극도로 압축된 음악적 표현이 특징이다. 각각 소품의 길이가 짧으며 베베른 특유의 간결하고 강렬한 현대음악적 스타일을 담고 있다.

각 소품은 전통적인 형식을 거의 따르지 않으며, 현대적이고 추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6분정도의 길이가 짧지만 짧은 순간에 강렬한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음색, 강약, 음향 대비에 신경을 쓴 작품으로 현대음악에 쏟는 래틀의 입김을 반영,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독특하게 조합하여 새로운 음향을 만들고 극단적인 음을 반복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연주의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베베른의 연주는 2013년 베를린필의 내한연주회에서 래틀과 베를린필이 이튿날 첫곡으로 피에르 블레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을 꺼내든 것을 떠올리게 했다. 래틀이 공연전 기자회견에서 "모든 음악은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과 더 많은 현대음악을 소개하는데 흥분하는듯 2013 서울투어에서 이런 불협화음적 요소가 가장 돋보이게 하는 현대음악의 정수를 계속 드러나도록 한 것이 피에르 블레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 연주에 대한 기억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2012년 11월 첫 내한공연에서 흥분한 관객의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찼던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의 흥분은 아직도 많은 음악팬들의 뇌리에서 쉽게 가시지 않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연주에 대한 기억들이다. 2012년 11월말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의 내한공연에서 마리스 얀손스가 격정적인 지휘로 연주내내 허리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상하좌우로 지휘봉을 흔들고 짧은 순간 그가 두팔을 높이 치켜들며 연주를 마치자 객석에서 흥분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로 가득찼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3번 내림마장조 작품번호 55 '영웅'의 연주가 여전히 그리운 이유다.

반면 2014년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은 지휘 얀손스가 다리를 저는등 2년전 서울공연에서 관중의 함성과 박수로 가득찼던 베토벤교향곡 3번 '영웅'의 열기및 베토벤 교향곡 7번의 연주가 끝나자 청중이 약속이나 한듯 기립해서 열광적 박수를 쏟아냈던 환호의 2년전의 감동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슈트라우스 예찬론자라는 마리스 얀손스의 음악에 헌신하는 구도자적 지휘가 돋보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주앙'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과 전날 있었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모리스 라벨 관현악 편곡)에서 관현악 연주에 관한한 자신들의 명성을 재확인시키며 일본 연주를 위해 떠났다.

아무쪼록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필을 떠난 아쉬움을 클래식 관객들이 더 이상 아쉬움을 느낄 수 없도록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의 재임 기간동안 베를린필의 재임시절 못지않은 명연의 지휘활동을 펴주길 고대해마지 않는다.

글 :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문화뉴스 / 이용훈 기자 lyh@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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