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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알자지라 다음은 하레츠···이스라엘, ‘정부 비판’ 자국 언론사도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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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 모든 정부 광고 중단 명령

1918년 창간 하레츠, 전쟁 반대 이어와

하레츠 “정부 기관지로 변질되지 않을 것”

경향신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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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자국 유력 일간지 하레츠에 대해 정부 광고를 모두 중단하는 ‘보이콧’ 명령을 내렸다. 자국에 불리한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눈엣가시’였던 아랍권 방송사 알자지라를 이스라엘에서 퇴출하는 법까지 제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긴 역사의 자국 언론에 대한 제재에 돌입한 것이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하레츠에 대한 모든 정부 광고 중단 등 보이콧 명령이 내각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다고 밝혔다. 카르히 장관은 “우리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지만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선동을 하는 매체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고 밝혔다.

이 명령에 따라 정부는 물론 이스라엘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모든 기관이 하레츠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금지된다. 정부 부처와 국영 기업, 전국의 경찰과 교도소 등 모든 공무원 조직의 신문 구독도 중단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번 보이콧 명령을 승인했다.

1918년 창간한 하레츠는 이스라엘에서 발행되는 가장 긴 역사의 진보 성향 일간지로, 극우 성향 네타냐후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휴전과 인질 석방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하레츠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행보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정부의 보이콧 명령이 어떤 법적인 검토도 없이 통과됐다며 “네타냐후가 그의 친구인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르도안(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오르반(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처럼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신문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레츠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가 승인한 메시지만 보도하는 ‘정부 기관지’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보이콧 명령의 명분으로 하레츠 발행인 아모스 쇼켄이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한 발언을 “테러리즘 옹호”라고 문제 삼았다.

쇼켄은 당시 네타냐후 정부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잔혹한 아파르트헤이트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팔레스타인 자유 투사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쇼켄은 여기서 ‘팔레스타인 자유 투사’는 하마스가 아니며,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테러리즘을 사용하는 이들은 ‘자유 투사’가 될 수 없다고 부연했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쇼켄이 “테러리즘을 옹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5월에도 가자지구 전쟁을 편파적으로 보도했다며 ‘눈엣가시’였던 아랍권 최대 방송 알자지라를 자국에서 퇴출하는 법을 제정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이스라엘 분석가인 마이라브 존스제인은 “이스라엘이 모든 종류의 반대 의견을 봉쇄하는 데 주력하는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면서 “팔레스타인인 뿐만 아니라 유대인 이스라엘인들도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공간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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