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레바논 접경지 현장 르포
10·7 하마스 테러에 텅 빈 마을들
對 하마스·헤즈볼라 정책 놓고선 민심 엇갈려
“끝까지 싸워야” vs “전쟁만이 정답 아냐”
10·7 하마스 테러에 텅 빈 마을들
對 하마스·헤즈볼라 정책 놓고선 민심 엇갈려
“끝까지 싸워야” vs “전쟁만이 정답 아냐”
아일렉트 하킴 씨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로부터 공격받은 비에리 키부츠(Beeri Kibbutz)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성승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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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올바른 정답이 아니며 대화를 이어가야 이스라엘도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잃지 않으려면 테러리스트들과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남쪽으로 90km 떨어진 가자지구 접경지에선 포성이 울려대는 가운데 입씨름이 오갔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테러를 일으켰을 때는 강경론이 우세했으나 전쟁이 길어지자 평화를 바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민 102명이 사망한 비에리(Beeri)에선 인질 석방과 평화를 바라는 주민이 적지 않았다. 비에리 주민은 1300여명이었으나 하마스 공격으로 102명이 숨졌고 40명이 납치됐다. 살아 돌아온 인질은 30명뿐이며 주민들도 대거 고향을 등졌다.
직접 둘러본 비에리는 폐허를 방불케 했다. 미사일·로켓 공격에 지붕이 무너져내렸고 기둥은 엿가락처럼 휘었다. 총탄 흔적뿐인 벽면에는 자욱한 먼지가 가라앉아 있었다. 아일렉트 하킴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10·7 테러 악몽을 떠올렸다.
그는 “남편이 17시간 동안 방공호 문고리를 붙잡아가며 하마스 공격을 피했다”면서 “이웃집에 살던 여동생은 인질로 잡혔다가 돌아왔지만 매부는 아직도 하마스에 붙잡혀있다”고 말했다. 하킴 씨와 함께 90분간 비에리를 살피는 중에도 포성이 9차례나 ‘쾅쾅’ 울렸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로부터 공격받은 노바 음악축제장에 추모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마스 공격으로 노바 음악축제장에서만 364명이 사망했으며 110명이 납치됐다. 이 중에서 40여명은 아직도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승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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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위치한 노바 음악축제장은 추모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핏빛처럼 붉은 아네모네 조형물이 묘지 곳곳에 꽂혀있었다. 예루살렘·텔아비브 시내에선 생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이 가득했으나 이곳에선 추모·존중을 뜻하는 꽃 조형물만 황망하게 남아있었다.
현장에서 마주친 오펠 슈멜링 씨는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군사전문가 슈멜링 씨는 “10·7 테러 이전에는 평화적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존재했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아랍인들을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할 오즈(Nahal Oz) 마을로 손을 이끌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는 가자지구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가자지구 경계선과 불과 400m 떨어져 있는 지역이다. 500m 반경에는 팔레스타인 마을 슈자이야(Shujaiyya)를 마주 보고 있다.
텅 빈 나할 오즈는 잡초만 무성했다. 가끔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포성만이 마을을 메웠다. 슈멜링 씨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농장에 고용하며 병원에 데려다주고 식료품도 줬던 곳”이라면서 “10·7 테러로 주민 17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자지구 경계 너머로 보이는 팔레스타인 마을 <성승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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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과 맞닿아있는 북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찾은 하이파(Haifa)는 매일 수십회에 달하는 헤즈볼라 공격을 받고 있다.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이 중동 특사로 레바논과 이스라엘을 찾았으나 포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저녁 6시 30분에는 밤하늘에 ‘하얀 섬광’이 번쩍였다.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 돔이 헤즈볼라 미사일을 격추한 것이다. 주(住)앙골라·도미니카대사를 역임한 바히그 만수르는 “오늘만 80회 공격했고 2주 전에는 미사일이 200회 날아왔으나 모두 요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의 협력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아즈 샤피라 알마센터 연구원은 “이스라엘은 한국·우크라이나·대만과 같은 적들과 싸우고 있다”며 “특히 레바논에선 북한 전문가그룹 흔적도 찾아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 경제수도 텔아비브 시내 길바닥에 붙어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퇴진 촉구 스티커 <성승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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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외무부 관계자는 “가자지구 접경지에선 군사적 목표 80%를 달성했으며 북부를 비롯한 다른 전선에선 60~70% 달성했다”며 “이스라엘은 분명하게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레바논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을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자 요란한 진동음이 울렸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는 뉴스였다. 기내에 있던 이스라엘인들은 한동안 술렁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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