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스페이스X 로켓 발사 참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이다. /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중국 숏폼(짧은 영상) 앱 ‘틱톡’의 최고경영자(CEO) 추쇼우즈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최근 몇 주 동안 접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중국에 우호적인 머스크에 사실상 ‘구조 요청’을 보낸 것이다. 틱톡은 미 의회에서 통과된 강제매각법에 따라 내년 1월까지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사용이 금지될 예정이다. WSJ는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는 머스크가 자사와 차기 미국 정부를 연결할 통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가 향후 미·중 관계를 중재할 ‘제2의 키신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 상품에 대한 60% 고율 관세를 공언했고, 대중 강경파들을 요직에 내정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중국과 정치·사업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1970년대 미·중 간 데탕트(긴장 완화)를 이끌었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처럼 양국의 무역·기술 갈등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팀 쿡 애플 CEO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크게 사업을 하는 미국인이다. 테슬라는 연간 9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사 최대 규모 공장을 상하이에 두고 있고, 지난해 전체 매출액 가운데 중국 비율이 22.5%에 달한다. 머스크는 지난해 6월 중국을 방문해 “미·중 과학기술 디커플링(분리)에 반대한다”고 말했고, 지난 5월에도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가 시장을 왜곡하는 조치라고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리창 총리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도 자주 만났다.
퍼스트버디(대통령의 단짝)란 별명을 얻은 머스크는 트럼프 2기 내각에서 사실상 유일한 친중 인사로 꼽힌다. 외교 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 18일 “머스크가 중국과 새로운 무역 전쟁을 벌이려는 트럼프의 계획을 제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정책에서 ‘와일드카드’(예측 불허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지도부도 머스크에게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6일 ‘중국 전기차 연간 생산량 1000만 돌파로 본 테슬라 효과’란 제목의 기사에서 “테슬라의 ‘메기 효과’ 덕분에 중국 친환경차 업체들이 변화를 적극 수용할 수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인민일보가 미국의 특정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획 기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머스크가 중국과 미국 사이의 가교가 되길 바라는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 매체 이젠차이징은 인민일보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20일 “머스크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당 기관지의 인정을 받는) 좋은 일이 생겼다”면서 “머스크는 중국과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업을 하는 동시에 양국 정부의 호감을 얻은 극소수의 인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다만 머스크가 노골적으로 친중 행보를 보일 경우 트럼프와의 관계가 깨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뉴스위크는 “머스크가 중국에 대한 강경한 경제 정책에 반대하기 때문에 트럼프와 결별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