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캐나다 공급망 의존’ 차 직격탄
보복 관세 직면 땐 농산물 수출도 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의 워싱턴 회동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지목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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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예고한 ‘관세 폭탄’이 자충수가 되리라는 관측이 미국에서 나왔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겨우 누그러뜨렸는데 전방위로 오르는 수입품 가격이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다.
평균 420만 원 인상될 차 가격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많은 미국인이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게 조 바이든 행정부 때 폭등한 물가 때문인데 트럼프발 관세 탓에 벗어나나 싶던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도로 들어가게 생겼다”고 보도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자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년 1월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각 25%의 관세를 매기고, 중국발 수입품에는 10%의 관세를 기존 관세에 추가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불법 이민과 마약을 이유로 들었다.
WSJ에 따르면 관세의 부작용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구상을 반영해 이날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가 다시 추산한 내년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5%다. 손실되는 가구당 구매력으로 환산하면 1,000달러(약 140만 원)가 넘는다는 게 연구소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이 강해지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 가정은 높은 대출 금리까지 감내해야 한다.
가격 상승이 가장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제품은 자동차다. 1992년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뒤 미 자동차 제조사들이 양국에 완성차 생산과 부품 조달을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매년 두 나라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 부품이 970억 달러(약 135조6,000억 원) 규모이고 완성차가 약 400만 대인데, 25% 관세가 붙으면 미국에서 팔리는 차량의 평균 가격이 3,000달러(약 420만 원)가량 오를 수 있다는 게 투자분석업체 울프리서치의 추정이다.
“국경 해법 가져와” 협상용 엄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6일 멕시코시티 도심 대통령궁인 국립궁전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누군가를 지목하고 있다. 멕시코시티=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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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은 소비자 고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요가 줄면 매출도 줄고, 고용 감소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하이브리드·전기차 선호 증가, 중국차 부상 등으로 가뜩이나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계 사정을 관세가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멕시코 대상 관세 부과는 미국 업체에 직격탄이다. 멕시코에 공장이 있는 완성차 업체 중 지난해 매출 1~3위인 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포드가 모두 미국계 브랜드인데, 이날 이들 3사 주가는 각각 8.99%, 5.68%, 2.63% 하락했다.
농산물 등 미국 수출품에도 관세는 악재다. 상대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십상이어서다. 실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트럼프 당선자 앞 서한에서 “관세는 또 다른 관세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는 1기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에도 철강·알루미늄 등에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공화당 강세 지역 생산 제품군 위주의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이렇게 역풍이 불 게 뻔하다 보니 협상용 엄포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 토머스 라이언은 로이터통신에 “부과 이유로 국경을 넘어오는 마약과 불법 이주민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세 위협은 수입 증대보다 협상 도구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증시 3대 주가지수도 별다른 동요 없이 모두 강세로 마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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