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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사설]여당 채 상병 국정조사 거부, ‘특검하자’던 한동훈 말은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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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해병대 전우의 응원을 받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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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2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과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를 공식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중이며, 지난 7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며 “마른 수건을 쥐어 짠다고 더 나올 것은 없다”고 했다. 또 여당과 합의되지 않았다며 “정쟁만을 양산하는 국정조사는 사양한다”고 했다. 궤변이다. 여당 말대로, ‘마른 수건’을 쥐어 짠 수사를 해본 적이라도 있는가. 한사코 진실을 은폐하려는 술책임을 모를 국민이 없다.

군 검찰은 전날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 “군 지휘체계와 군 전체 기강에 큰 악영향을 끼쳐 엄벌의 필요성이 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외압 사건의 출발점인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는 이미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단장과 해병대 수사단에 압력이 가해진 것도 드러났다. 박 전 단장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승인했다가 윗선 지시에 보류하라고 뒤집은 김계환 사령관의 명령을 거부한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군 검찰의 중형 구형에도, 해병대 선후배들과 시민들이 박 전 단장을 “정의로운 참군인의 표상”이라고 한 것은 무얼 의미하겠는가. 재판부는 내년 1월9일 선고 기일에서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합리적 판단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지금 윤석열 정권은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덮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하며 “국민들께서 공수처·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납득이 안 된다면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에는 경북경찰청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해 면죄부를 주자, “언론이나 국민이 수사 결과에 대해 특별한 이의를 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 대로, 정권 입맞에 맞춰 나온 수사 결과에 국민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이 연루된 채 상병 특검법을 세 차례 거부했고, 여당도 동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존재 이유와 의무를 저버렸고, 여당은 그에 부화뇌동한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여당 거부 표명 후 “국민의 뜻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 안에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여야에 오는 27일까지 국정조사특위 위원을 선임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정조사는 윤 대통령과 여당이 특검을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차선책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제대로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검법에 찬성한다.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 약속을 계속 뭉개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정조사마저 기어코 거부한다면 국민 저항을 보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순 없다고 믿는다. 그 때까지 대통령실과 검찰 관계자에 대한 조사 재개 방침을 밝힌 공수처도 최선을 다해 수사에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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