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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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받은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선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응수했다. 애초 우크라이나 정부 쪽이 추정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었으나, 군사분석가들은 이번 IRBM이 탄두 여러 개를 실을 수 있는 공격 능력이 뛰어난 무기로, 유럽 미사일 방어 체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21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실험 차원에서 IRBM을 발사했다”고 확인하면서 “IRBM은 러시아의 ICBM인 RS-26 루베시 모델에 기반했다”고 밝혔다. RS-26 루베시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800㎏의 핵탄두를 운반해 5800㎞ 떨어진 곳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방부는 이어 러시아가 이번 공격 땐 일반 탄두를 실어 발사했으나, 향후 이를 개조할 수 있다고 봤다. 싱 부대변인은 “다른 형태의 재래식 무기나 핵탄두를 실어 나르도록 개조될 수 있다”며 “실전에 배치된 새로운 형태의 치명적 무기”라고 언급했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과 영국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이번에 발사된 극초음속 IRBM은 이론적으로 사거리가 5500㎞ 미만까지 가능해 미국까지는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러시아 남서부에서 발사한다면 유럽 전역에 도달하기에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날 미사일 발사 뒤 대국민 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적대적인 행동에 대한 대응으로 일명 ‘오레슈니크(개암나무)’ 미사일을 시험했다”며 미사일 실험이 나토 소속국가들을 겨냥했음을 드러냈다. 그는 오레슈니크는 마하 10의 속도(초속 2.5∼3㎞)로 목표물을 공격한다고 설명하면서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최신 방공 시스템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이런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과시했다.
개암나무.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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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시니크는 러시아어로 개암나무를 뜻한다. 흔히 헤이즐넛으로 알려진 견과류의 일종인데, 가지 끝에 공 모양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미국과 서방국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의 IRBM에 탄두 여러 개가 장착돼있었다고 밝혔는데, 미사일 한대에서 여러 탄두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오레시니크로 지은 것으로 보인다.
시엔엔을 보면, 이 미사일은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체’(MIRV·Multiple Independently-targetable Reentry Vehicle)로, 냉전 시대에 한 번의 발사로 여러 개의 핵탄두를 운반하기 위해 개발됐다. 다탄두 미사일은 여러 곳의 특정된 표적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미사일보다 공격 능력이 뛰어나다. 미국의 ICBM인 ‘미니트맨 III’가 다탄두 장착형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코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국장은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체가 전투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에이태큼스와 스톰 섀도 공격을 받은 뒤 즉각 신형 미사일을 선보이며 대응에 나선 것은 서방국가에 ‘우리도 어떤 무기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티머시 라이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국방·군사 연구분석가는 가디언에 “러시아의 새 미사일 개발이 나토 회원국의 방공 시스템, 앞으로의 공격 무기 준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바나 스트라드너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국 공격으로) 국내외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던” 상황에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서방국을 위협하고 두려움을 조장하기 위한 최신 무력시위”라고 했다.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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