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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머스크의 엑스’ 탈출하기 [코즈모폴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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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9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즈빌에서 열린 스페이스엑스 스타십 로켓 6차 시험발사를 관람하기 전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걷고 있다. 브라운즈빌/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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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 국제뉴스팀장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1984년 발표한 소논문 ‘달러의 국제적 역할: 이론과 전망’에서 ‘달러종말론’을 반박했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끝내고 대체될 것이라는, 당시의 광범위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통화가 달러를 대체하기 어려운지 동일한 재화를 소비하는 소비자 수가 늘면 효용도 느는 ‘네트워크 효과’ 이론 등을 근거로 설명했다. 달러 사용자들의 관계가 가치를 높이면서 그 연결성을 끊어낼 만큼 다른 통화가 매력적이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2006년 트위터로 시작해 이름과 소유주가 바뀐 18년차 소셜미디어 엑스(X)는 네트워크 효과 이론의 예시로 언급되는 플랫폼이다. 많은 이가 엑스를 이용해 생각을 나누자, 이 관계들 덕분에 플랫폼을 사용할 유인은 더 커졌다. 엑스의 올해 2분기 월별활동이용자(MAU)는 5억7천만명이다.

억만장자로 부족해 조만장자를 넘보는 일론 머스크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두번째 승리’를 안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승리에 최소 1억3천만달러(약 1809억원)를 쏟아붓는 통 큰 베팅을 한 것도 모자라, 자신이 소유한 엑스에서 실시간 뉴스 인플루언서 역할까지 소홀히 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대선 투표일이던 지난 5일 100여개의 정치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엑스에서 가장 많은 팔로어를 보유한 그의 메시지를 2억500만명이 실시간으로 받아 보고 있다.

문제는 그가 이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메시지들을 의도적으로 퍼뜨렸다는 데 있다. 머스크는 “민주당이 경합주를 지지층으로 만들기 위해 수백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유입시키고 있다”는 식의 반이민·극우적 주장을 끝없이 되풀이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했다. 그가 올린 대선 관련 거짓 게시물을 모두 모아보니 20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디지털 혐오 대응 센터’(Center for Countering Digital Hate)가 추산했다. 대선 캠페인 광고에 2400만달러(약 334억원)를 지출한 효과와 맞먹는다고 한다.

거짓 정보와 음모론의 진앙이 된 엑스를 탈출하려는 움직임, 이른바 ‘Xodus’(엑소더스·엑스와 탈출을 뜻하는 exodus의 합성어)가 시작된 것은 이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13일 엑스 계정에 더는 자사 콘텐츠를 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독성 환경” 때문에 엑스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엑스의 전신인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관여한 소셜미디어 ‘블루스카이’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18일 뉴욕타임스에 보낸 칼럼 ‘달러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엑스는 그렇지 않다’에서 이렇게 밝혔다. “(엑소더스가) 엑스 재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전혀 모르겠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내가 보는 것은 충분히 노력하면 네트워크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그 일을) 해낸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내겐 트럼프를 뽑을 권리도, 거부할 권리도 없었지만 어쩌면 이 탈진실의 시대에 맞서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엑스 탈출하기는 가장 쉬운 한 방법일 수 있다.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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