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은 올 5월 새 브랜드 '카이브 유보라'(KAIVE UBORA) 런칭 이후 분양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으나, 미국 진출 등 신사업에서는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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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건설이 분양시장에서의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콘크리트 제조와 해외 주택 시공·임대 사업으로 외형을 확장했다. 회복이 요원한 국내 건설 업황을 고려해 적절한 대책을 찾은 것으로 평가받지만 순이익 창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다.
창업주 권홍사 회장이 여전히 지주회사인 반도홀딩스의 최대 주주로 자리하며 현 전문경영인 체제가 ‘2세 경영’으로 전환되는 타이밍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분양 시장에서 흥행했다. 5월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카이브 유보라’(KAIVE UBORA)를 런칭한 이후 7월 경기 고양시 ‘장항 카이브 유보라’ 청약에서 127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1만792개의 신청자가 몰리며 완판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양평다문지구 반도유보라(645억 원) △평택고덕 9-1-1 오피스텔(956억 원) △영등포 지식산업센터(1024억 원) 등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이 났다. 반도건설이 공급한 공동주택 분양률은 93.1%로, 지난해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률(86.3%)보다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매출도 성장세다. 반도건설은 전년(1조284억 원) 대비 23.7% 늘어난 1조2715억 원의 매출을 내며 2년 연속 매출 ‘1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9%(576억 원→892억 원) 늘었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자체 사업장의 우수한 수익성과 사업스케줄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 영업 수익성 방어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과거 반도건설의 주된 먹거리는 공공택지를 통한 주택 분양이었다. 그러나 공공택지 물량이 줄자 자회사로 거느렸던 다수의 시행사를 정리한 후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우선 2021년 PC(Precast Concrete, 사전제작 콘크리트) 사업에 진출을 선언했다. 사업 초기 반도홀딩스의 또 다른 건설업 자회사인 반도종합건설 내 사업부로 시작해 자체 현장에 PC 물량을 공급했으나 수요가 늘어나며 2022년 ‘코어피씨’라는 사명 하에 별도 법인으로 물적 분할됐다.
7월 반도종합건설은 코어피씨에 78억 원의 차입금을 빌려주며 자금 지원에 나섰다. PC 제조업이 반도홀딩스 내 유망 신사업 중 하나로 떠오른 셈이다.
미국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내 용지를 매입, 지난해 주상복합 ‘더보라(The BORA) 3170’(262가구)을 준공했다. 국내 건설사가 미국에서 토지 매입부터 자금 조달, 시공, 임대까지 모두 도맡은 것은 처음이다. 올 1월 두 번째 공동주택인 ‘더보라 3020’ 프로젝트의 첫 삽을 떴고, 6월에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노후 주상복합건물의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했다.
아직 두 사업 모두 출범 초기이기에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코어피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67억 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235억 원이었으나 당기순손실은 10배(1억4000여만 원→10억5000여만 원) 뛰었다.
코어피씨는 연간 생산량을 10만㎥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건설 경기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며 올해 또한 순이익 발생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주택 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반도홀딩스는 미국 현지 자체 시행사 ‘반도델라’(Bando Dela Corp.)와 시공사 ‘페닌슐라’(Peninsula E&C Corp.)를 설립했다. 지난해 두 회사의 매출은 23억5000만 원, 56억6000만 원을 기록했으나 101억 원과 7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주로 분양을 했던 국내 주택사업과 달리 미국 사업은 임대 위주라 임차가 진행되고 해당 대금이 들어오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고, 대금을 받더라도 공사비나 금융비용으로 빠져나가는 부분이 커 순손실로 잡힌 것”이라며 “미국 주택사업 자체가 한 현장만 지어서는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이기에 사업을 확장하다 보면 흑자 전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전문경영인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오너 2세’ 경영을 개시하는 시점이 반도건설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창업주인 권홍사 회장은 2020년 전문경영인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현재 반도건설을 이끄는 이들은 김용철 영업부문 대표와 이정렬 시공부문 대표로, 두 사람 모두 1990년대 입사한 정통 ‘반도맨‘이다.
권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전히 그를 반도그룹의 동일인으로 보고 있다. 반도홀딩스 지분의 69.6%를 보유, 실질적인 지배력을 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 회장의 딸들인 권보라·보영·민서 씨는 계열사 경영에 나섰다. 각각 ‘아레나레저’와 ‘더유니콘’, ‘에이피글로벌’의 지분 100%를 보유했다. 첫째 사위인 신동철 반도홀딩스 부사장은 미국 사업 총괄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반도델라의 지분 100%를 가진 ‘반드스 홀딩스’(Bandus Holdings Corp.)의 대표가 신 부사장이다. 엔터테인먼트사 ‘아센디오’의 최대주주였다 최근 지분을 대거 매각하며 사실상 철수를 결정한 ‘퍼시픽산업’ 대표직도 맡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체의 매각 과정에서 잇딴 잡음이 나오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후계자로는 반도홀딩스의 30.1%의 지분을 가진 권재현 반도건설 상무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언급된다. 권 상무의 누나 중 반도홀딩스 지분을 가진 사람은 권보라 대표가 유일한데, 지분은 0.1% 정도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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