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왼쪽)와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긴급 정책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명태균 리스크’는 일단 야당의 폭로전을 거쳐 검찰 수사가 개시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 15일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구속했다. 일단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 여부와 공천의 대가성 등이 수사 대상이다.
문제는 명씨 의혹이 잇따른 폭로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21일 명씨가 “김진태 강원지사의 공천 컷오프를 내가 엎은 거다”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또 공개하며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와중에 다른 녹취록도 나오며 ▶여권 인사의 명씨 회유 여부 ▶명씨의 고령군수 공천 개입 등도 가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관련 의혹 제기에 올라탔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2022년 경북 포항시장과 서울 강서구청장 공천에 윤 대통령이 별도 의견을 전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21일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8가지 정도 (공천 개입) 의혹 보따리가 있느냐’는 질문에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진석 당시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이준석 체제의 총장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당 대표가 지명하는 공관위원을 다 뺐다”며 “애초부터 사고가 예고되는 상황이었다”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대통령은 약간 청개구리 본성이 있어 이준석이나 김종인이 ‘이걸 하자’고 하면 반사적으로 ‘안 한다’고 했다”며 “희한하게 명씨가 얘기하면 그냥 들었다”고 했다. 다만 여권에선 이 의원의 잇따른 폭로에 대해 “명씨와 관계가 깊던 자신을 향한 화살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을 끌고 오는 물귀신 작전”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2022년 6·1 재보궐선거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소설 같은 허황된 이야기”라고 일축했고, ‘명씨 회유설’의 당사자로 지목된 윤한홍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있을 수 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명씨 의혹이 일종의 야당 공세라면, 여권 내부적으로는 한동훈 대표 가족 명의로 당 홈페이지에 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이 올라왔다는 ‘당원게시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지난 3월 ‘막말 논란'으로 부산 수영구 공천이 취소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친윤계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9월 10일부터 한 사람당 하루에 글을 3개만 올리게 됐고, 그때 한 대표의 장인어른, 배우자, 모친, 딸 등 다른 이름으로 된 게시물이 갑자기 등장했다”라면서 “이 5명이 항상 1분 간격으로 같은 시간대에 등장했다. 당원 게시판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여론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친윤계가 주목하는 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과 관련한 시점이다. 김 전 지사가 복권될 수 있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8월 9일이다. 그러자 이튿날 한 대표는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다”며 김 전 지사 복권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 시기 (9~13일) 당원 게시판엔 한 대표 장모 최모씨 이름으로 복권 반대 글이 모두 111건이나 게시됐다는 게 장 전 최고위원의 주장이다. 당시 친한계는 “당원 게시판이 당원 항의로 거의 도배가 됐다”(김종혁 최고위원) “6000개가 넘는 복권 반대 글이 쓰여지고 있다”(박상수 대변인)며 당원 게시판을 복권 반대의 주요 명분으로 삼았다.
김주원 기자 |
또한 친윤계는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의 거취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사퇴하라”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고 주장한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 가족 명의 게시자가 당원 게시판에서 무더기 글을 올리면 친한계가 이를 명분 삼아 공개 의견을 내는 패턴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친윤계의 공세에 친한계는 “원팀 기조를 흔들겠다는 거냐”고 반발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혹 제기는 당내에서 촉발된 게 아니라, 당외 인사들이 문제 제기하고 ‘이슈 파이팅’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윤·한 갈등’에 기생하려고 하는 인사들”이라고도 했다. 친한계 정광재 대변인은 21일 “(탈당해서) 당원도 아닌 장 전 최고위원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렇게 (게시글을) 습득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이 의심하고 있다”며 “누군가의 조력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했다.
김주원 기자 |
당사자인 한 대표는 이날도 말을 아꼈다. 그는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기 때문에 위법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 이름이 도용된 것이냐’는 질문에도 “당원 신분에 대한 문제에 건건이 설명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했다.
김기정·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