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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대세는 인공지능?…22대서도 되풀이되는 '유사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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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나 이슈 따라 너도나도 비슷한 법안 발의
6개월간 5590건 법안 접수
공천과 직결돼…치적 쌓기 비판도


더팩트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임기 시작 이후 인공지능 관련 법안은 19건이나 발의됐다. 법안 내용은 △인공지능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 △인공지능의 악용을 막기 위한 법적 규제 등을 대부분 다룬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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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한 국회의원은 최근 보좌진들에게 인공지능 관련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인공지능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챗GPT가 화제인 데다 AI기본법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어 관련 법안을 하나 발의하고 싶었다. 보좌진도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의원의 지시가 난감했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임기 시작 이후 인공지능 관련 법안은 19건이나 발의됐다. 국민의힘에서 5건을 대표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11건, 1건을 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공동발의한 법안도 2건이다. 법안 내용은 △인공지능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 △인공지능의 악용을 막기 위한 법적 규제 등을 다루고 있어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뿐만 아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여야는 경쟁하듯 법안을 내놨다. 22대 국회에서 제안 이유에 '딥페이크'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만 54건이었다.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여야는 합의를 통해 딥페이크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간 발의됐던 법안은 대안 반영안이 통과되며 자동으로 폐기됐지만, 몇몇 의원들은 자신들이 냈던 법안이 통과됐다며 홍보하기도 했다.

사회적 논란이나 화제가 생기면 비슷한 법안을 앞다퉈 쏟아내는 국회의원들의 법안 남발 행태는 22대 국회에서도 꾸준한 모습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한지 6개월 정도가 흘렀다. 5월 30일 개원 직후부터 19일까지 의안정보시스템에 접수된 법안은 총 5590건이다. 하루 평균 32건의 법안이 나온 셈이다. 의원 한 명이 6개월간 평균 18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처리된 법안은 대안 반영으로 폐기된 안건을 포함해 395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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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뿐만 아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여야는 경쟁하듯 법안을 내놨다. 22대 국회에서 제안 이유에 '딥페이크'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만 54건이었다. 사진은 22대 국회 개원식.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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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법안 발의 숫자만 늘어날 뿐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6대에서 2607건에 불과했던 발의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선 건 18대(1만3913건) 때부터다. 19대 1만7822건, 20대 2만4141건이었다. 21대 국회에선 2만5858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정인이 사건, 조두순 출소, 전세사기, 김남국 전 의원과 관련된 코인 문제 등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의원들은 앞다퉈 법안 발의에 나섰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2959건에 불과했다.

국회 몇몇 관계자들은 의원들의 법안 발의 남발이 국회 업무도 가중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공무원은 발의된 법안에 대해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고, 관련 정부 부처도 검토 의견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에 참여하는 보좌진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서휘원 간사는 <더팩트>에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책임감 있게 법안을 발의하고, 심사하고, 통과되도록 하는 자세가 부족해 보인다. 시류에 휩쓸려 법안을 발의해놓고, 통과까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발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얼마나 공부를 하고, 관련 문제를 숙지한 후에 발의를 했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의원들의 개인 홍보때문에 시류에 따른 입법 남발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안 발의 건수가 의원 평가에도 활용돼 공천에 직결된다는 점도 남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민주당이 4.10 총선을 앞두고 지난 9월 공개한 21대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을 살펴보면 전체 1000점 중 380점을 차지하는 의정활동 분야 평가에서 입법 수행 실적이 주요 항목에 올라와 있다. 대표 발의 법안 수, 입법 완료 건수, 당론 법안 채택 건수 등을 지표로 평가하고, 단순 자구 수정을 뼈대로 한 개정안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했다. 법안 발의 건수가 정량지표로 측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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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발의 건수가 의원 평가에도 활용돼 공천에 직결된다는 점도 남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민주당이 4.10 총선을 앞두고 지난 9월 공개한 21대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을 살펴보면 의정활동 분야 평가에 입법 수행 실적이 반영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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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간사는 "다양한 문화나 제도가 얽혀 있다. 위원장 이름으로 병합돼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안에 의원 이름을 넣으면 된다고 생각해, 대안에 영향력 행사를 위해 물량 공세를 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발의 건수로 의원을 평가하는 관행 등이 무책임한 발의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의원들도 의정보고회 때 이런 법안을 냈다고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평론가는 법안이 다수 발의되는 것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로 법안을 만들면 비교·검토를 할 수 있다. 실효성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경쟁과 분석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적절하게 입법으로 반영하게 될 수 있다"라며 "발의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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