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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치명적인 화학사고 “가상현실 기기 쓰고 현실처럼 교육·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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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3일 서울 마곡동 엘지(LG)사이언스파크 내 대형회의장에서 엘지 직원들이 화학물질안전원의 이동형 가상현실 콘텐츠를 활용한 화학사고 대응 안전교육·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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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일어났죠? 이제 지시 사항을 따라주세요. 비상도구함으로 가서 보호복 입으시고… 실제 손으로 집는다고 생각하고 하셔야 해요.”



지난 13일 서울 마곡동 엘지(LG)사이언스파크의 대형회의장에서 엘지그룹 내 각종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가상현실 기기(메타3)를 쓰고 느릿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실험실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 누군가 쓰러진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었다. 보호복을 입고 장갑과 보안경을 쓴 채 들것을 이용해 환자를 옮기고, 사고 장소를 제독하고 유해가스가 건물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공조기를 껐다. 유해가스 중화설비(스크러버)를 작동하기 전엔 수소이온농도(PH)도 확인했다. 리트머스 종이로 색을 확인한 뒤 그에 맞는 중화기를 선택해 중화하고 나면, 흡착포를 이용해 바닥의 유해물질을 닦아내야 한다. 모든 ‘대응’이 끝나자 허공에 체험자의 점수가 떴다.



“2019년 12월 모 대학 실험실에서는 시료 폐액을 혼합해서 버리던 중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산과 알칼리, 할로겐, 유기용제 등을 구분해서 버려야하는데 생각 없이 섞어버린 거죠. 유기용제에 과산화수소를 버리면 강산화제와 반응해서 화재 폭발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 체험 뒤엔 화학물질안전원 관계자가 강사로 나선 교육이 이어졌다.



한겨레

지난 13일 서울 마곡동 엘지(LG)사이언스파크 내 대형회의장에서 화학물질안전원 직원이 진행한 화학사고 대응 안전교육 내용 중 ‘연구실 화학사고 사례’.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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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소속 화학물질안전원은 지난 4월부터 이동형 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해 화학사고 대응 안전교육·훈련을 해오고 있는데, 이날 처음으로 민간기업 대상으로 실시했다. 안전원은 엘지 쪽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동형 가상현실 교육·훈련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엘지전자는 내년부터 사내에 안전 체험관을 설치해 안전원의 교육·훈련 자료를 설치하고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다.



안전원의 콘텐츠는 현재 ‘지역화학사고 대응’, ‘실험실 폭발사고 대응’, ‘다중이용시설 내 테러대응 시나리오’ 등 세 종류로 이뤄져, 소방관·군인·지자체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화학사고나 테러에 대비한 교육·훈련을 제공한다. 박봉균 화학물질안전원장은 “집합교육 등 단방향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양방향, 체험형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민간기업과 함께 화학안전 교육·훈련 역량을 키우고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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