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전망하며 이 인물을 빼놓을 수는 없게 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경한 지도자로 꼽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한국 경제도 ‘시계제로’의 상황에 놓였다. 특히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이 현실화하며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우선주의’를 강하게 밀어붙일 게 확실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비유했을 만큼 적잖이 압박이 예상된다. 관세가 대표적인 경우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관세 공약이 정책화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다. KDI는 미국 관세 정책의 악영향을 고려해 올 8월 전망 때 2.5%로 잡았던 내년 수출 증가율을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곧장 2.1%로 하향 조정했다.
그렇다고 지금 단계에서 걱정만 할 수는 없다. 트럼프 예상 정책을 면밀히 분석한 뒤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매경이코노미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을 잘 아는 전문가들과 함께 2025년 한국이 준비해야 할 일을 점검했다. 모두가 위기라고 할 때 기회를 찾아내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MAGA’가 인쇄된 빨간색 야구 모자를 쓰고 유세를 다녔다. 그가 당선되면 ‘미국우선주의’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우선주의는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미국보호주의의 희생양이 될 수 있어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은 2016년부터 4년간 트럼프를 경험했다. 트럼프가 SNS에서 한마디 내놓을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트럼프 텐트럼(트럼프 발작)’도 겪어봤다.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채권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20년 만의 최고치에서 인하했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향후 감세와 대규모 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이 자극될 수 있는 데다 트럼프는 연방 재정 적자도 크게 늘릴 전망이어서 신규 국채 공급 증가와 이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이 계속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MAGA’를 앞세우며 ‘미국우선주의’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AP=연합뉴스) |
환율에도 ‘슈퍼 트럼프’ 여파가 거셌다.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141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른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7년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역사상 네 번째다. 환율 1400원 선은 ‘위기 환율’이라는 점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환율은 미 대선 직전인 지난 11월 5일 1370원대에 머물렀으나,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당선 직후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내면서 연일 급등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6을 넘어섰다. 달러인덱스가 장중 106을 넘은 것은 지난 7월 이후 넉 달 만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무너졌다. 코스피는 2410대로 밀려났고, 코스닥은 700선이 깨졌다. 삼성전자가 장중 5만500원까지 내려앉은 건 외국인 매도세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증시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무엇보다 관세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찌감치 대(對)중국 고율 관세 부과를 천명했다. 모든 국가 수입품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최고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2024년 8월부터는 보편 관세 20%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인상하면 세계 평균 관세율은 ‘관세 전쟁’을 불러, 자연스럽게 오른다. 글로벌 교역은 위축된다. 한국 수출은 감소하고 성장률은 하락한다. 고용은 줄어든다. 역대 최대 규모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에 더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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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대 수출 품목(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석유제품·철강) 중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도 커졌다. 트럼프 정부는 “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을 없애고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칩스법이 폐지되면 보조금을 받기로 하고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그야말로 직격탄이 떨어지는 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미국 통상 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20%)과 중국(60%)에 보편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총수출은 누적으로 약 222억~448억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이 GDP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국내총생산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67% 줄어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미 미국 대선 전부터 대선 후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한국 경제가 타격받을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는 중국이지만, 그다음 타격을 받을 아시아 국가는 한국”이라고 콕 집어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경쟁 관계인 한국의 철강, 알루미늄 등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수출 감소는 한국 기업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을 배제시키려는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와중에 한국 수출 산업의 공급망이 흔들릴 수도 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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