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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야기 나누며 쌓는 ‘공동 기억’…그렇게 ‘우리’가 된다[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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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뇌

셰인 오마라 지음 | 안진이 옮김

어크로스 | 324쪽 | 2만원

경향신문

사람들은 허무맹랑한 것을 잘 믿는다. 자신이 믿고 있던 것이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나도 믿음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1954년의 휴거 소동이다. 1954년 12월21일 세상에 홍수가 일어나 멸망이 찾아오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이들만 구원을 얻을 것이라는 예언을 굳게 믿던 신도들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미몽에서 깨어나는 대신 어떻게든 다른 구실을 붙여 자신들의 믿음을 지켜나가길 선택했다.

이런 ‘믿음’은 일부 잘 속는, 어리석은 자들만의 문제일까? <대화하는 뇌>의 저자 셰인 오마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타인의 이야기를 믿고 거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가는 것은 ‘본능’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때 웬만해서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듣는 사람들 역시 상대방의 얼굴에서 진정성과 믿음의 증거를 찾는다. 인지적 효율성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어떤 것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 때문에 사람은 웬만해서는 의심 없이 믿고, 상대방과 지식·기억을 공유하며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존재로 진화했다.

대화함으로써 인류는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사건을 인지하고, 공동의 기억을 만들고, 서사라는 틀을 통해 이를 흡수한다. 대화가 없었다면 국가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대화가 ‘면 대 면’을 넘어 문자의 시대, 인쇄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서사는 훨씬 더 광범위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공동체를 만드는 동력으로 ‘대화’를 꼽은 저자의 관점은 독특하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공유하려 한다. 본능이 강한 나머지 그것이 사실인지보다 자신의 신념에 들어맞는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지가 주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 동력이 대화이기에 우리는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밖에 없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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