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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정동칼럼]한국 주식시장에 미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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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의 나홀로 부진이 심각하다. 연초 대비 11월12일 미국 시간으로 S&P500지수의 수익률은 25.5%였는데 반해, 연초 대비 11월13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은 -8.9%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수익률에서도 한국은 연초 대비 -12.8%로 주요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손실을 봤는데, 전 세계 평균 수익률은 17.6%, 선진국 평균은 18.9%, 한국이 속해 있는 신흥국 평균은 6.7%였다.

코스피지수도 반도체의 호실적으로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랠리를 이어가면서 상승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7월 초순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본격화되었고, 삼성전자 주가는 7월11일 8만8800원을 기록한 이후 11월14일에는 4만9900원으로 내려앉았다. 7월 중순부터 코스피의 하락세는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의 급락 때문이었다.

다급해진 삼성전자는 15일 장 마감 이후에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10조원을 매입하기로 의결했는데, 3조원어치는 3개월 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고, 나머지 7조원어치 활용 방안과 소각 여부 등은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자사주 매입 결정 정보가 사전에 누출되었는지 삼성전자 주가는 15일에 급등했고, 18일에도 상승폭을 확대했다. 그러나 19일과 20일에 연속 하락해 5만5300원에 장 마감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삼성전자 주가의 유례없는 급락은 삼성전자의 미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과 회의 때문이다. 올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매출 29조3000억원, 영업이익 3조9000억원으로, TSMC의 32조7000억원, 14조원과 비교해 볼 때 영업이익률이 3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TSMC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HBM에서 삼성전자가 얼마나 빨리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과 전문가들이 상당히 비관적으로 돌아섰고, 이것이 최근 4개월 주가 흐름에 반영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시너지라는 과거의 성공 공식에 안주하는 동안에 세상은 오픈 이노베이션과 혁신 경쟁으로 나아갔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쇠락의 길에서 벗어나려면 삼성전자 사업부문들을 독립된 회사로 분할하고, 독립회사에 실권을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가 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11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관찰되는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은 고부가가치화라는 산업 내 진화의 단절과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의 출현이 없는 산업 간 진화 단절의 결과이다. 이런 산업 진화의 단절은 시효가 지난 재벌이라는 기업 소유지배구조가 유지되고 있기에 일어나고 있다.

재벌이라는 기업집단은 경제개발기에 모방을 통한 추격 전략에서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은 국내 최종재 시장에서 독과점화를 유발하고, 부품소재 시장에서는 수요독점과 전속거래를 야기했다. 이런 경제구조는 새로운 도전기업이나 새로운 선도 산업이 출현하기 어려운 진입 및 퇴출장벽을 쌓았다. 개혁 없이는, 창조적 파괴를 위한 경쟁이 일어날 수 없고, 오픈 이노베이션과 혁신경제로 나아갈 수 없다.

이런 재벌개혁과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요구되는 RE100 대응을 위해 녹색산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부족한 재생에너지 생산, 석탄발전 폐쇄와 정의로운 전환, 지역별 전력 수급 격차와 전력송전망 포화를 고려해, 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 산업 등과 같은 전략적 산업의 RE100 구현을 위해 동남권에 RE100 산업 클러스터 유치와 석탄발전을 해상풍력으로 대체하고 기존 석탄발전 송전 용량을 호남지역 재생에너지 송전용으로 대체하는 종합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재벌개혁과 RE100 대응에 실패할 경우, 한국 제조업의 쇠퇴와 산업공동화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고, 한국 주식시장의 미래도 없게 된다. 단절된 산업 내 진화와 산업 간 진화를 다시 점화해야만 한국 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고,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

경향신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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