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내부직원 횡령사고 및 배임·부당대출 사고금액 6000억원 육박
은행권 금융사고 주요 사례./ 자료=한국금융신문 집계 |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최근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가운데 지난 3년간 은행권 직원의 횡령사고 및 배임·부당대출 사례가 가장 많은 곳은 NH농협금융그룹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금액이 가장 큰 곳은 BNK금융그룹으로 피해액이 3000억원 이상이다.
21일 한국금융신문이 8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 및 BNK·DGB·JB 등 지방금융)의 지난 3년간 10억원 이상 내부직원 횡령사고 및 배임·부당대출 사례를 조사한 결과 총 사고금액이 무려 5996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건수는 총 22회, 사고 평균 금액은 272억원이다.
NH농협금융, 3년간 7번 금융사고 발생...건수 점차 증가
금융사고 사고건수가 가장 많은 회사는 NH농협금융그룹이다. NH농협금융은 지난 3년간 7번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피해금액은 총 721억5000만원이다.
NH농협금융 금융사고 중 피해액이 가장 큰 사건은 올 10월 발생했다. 농협은행은 부동산 담보대출 적정성 여부를 자체 감사하던 중 제3자에 의한 사기로 의심되는 이상 거래를 발견해 형사 고소했다.
농협은행은 관련 내용을 금융당국에 보고했고, 문제가 발견된 부동산 담보대출 차주를 사기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사고금액은 140억원 규모로, 사고발생 기간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최근이다. 손실 예상 금액은 미정이다.
농협은행은 자체 감사 과정에서 대출 실행 후 해당 부동산 매도인과 매수인 간에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점을 확인해 후속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수사기관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부동산 담보 여력을 감안할 때 대출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따르면 올 농협은행의 최근 5년간(2024.8월까지) 금융사고액은 총 366억8322만원에 이른다. 특히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업무상배임 3건, 횡령 6건, 금융실명제 위반 1건으로 총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전년과 비교해 사고 건수도 높아졌다.
김선교 의원은 “농협은행의 금융사고가 특히 올해 들어 건수와 금액이 대폭 늘었고, 타 은행과 비교해도 유독 사고가 잦다는 것만으로도 농협은행의 기강해이와 내부통제의 문제점을 드러나는 단초”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은행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연루된 횡령, 업무상 배임 등 금융사고 근절을 위해 강력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내부통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상시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NK금융, 사고금액 3000억원 이상으로 '최대'
금융사고 사고금액이 가장 큰 회사는 BNK금융그룹이다. BNK금융그룹의 지난 3년간 누적 사고금액은 3025억8000만원으로 8대 금융지주 3년간 평균 사고금액(272억원) 보다 10배 이상 높다.
BNK금융의 사고금액이 이처럼 천문학적으로 높아진 이유는 지난해 7월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에서 조사를 통해 확인한 횡령액은 2988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당시 이 사건의 횡령금액은 560억원 규모로 알려졌으나 금융감독원이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투자금융부 직원이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약 13년간 총 298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투자금융부에서 장기간 PF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관리하던 17개 PF사업장에서 총 2988억원을 횡령했다. PF대출 차주가 대출 취급을 요청한 사실이 없음에도 자금인출요청서 등 대출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취급했다. 또 PF대출 차주가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을 정상 납입했어도 자금집행요청서 등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사고에서 BNK금융지주의 자회사에 대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에 대한 내부통제 관련 테마(서면)점검을 실시하면서도, 고위험 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관리에 대해서는 점검을 실시한 사례가 없었다. 경남은행에 대한 지주 자체검사의 경우도 현물 점검 외 본점 사고예방 검사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금감원 검사 결과 PF대출 업무와 관련해 여신관리, 인사관리, 사후점검 등 내부통제 절차가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직원이 15년간 동일 부서에서 PF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본인이 취급한 PF대출에 대해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직무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험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사후관리 업무에 대한 명령휴가도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
본점의 거액 여신 실행은 이상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 적발도 되지 않았다.
당시 BNK금융지주는 순 횡령액이 595억원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이 횡령 과정에서 일어난 거래 금액을 모두 횡령 피해액으로 합산했다는 게 BNK금융 측의 주장이다.
사건 이후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사고는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재발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 없는 엄정조치를 할 것이다”며 ‘무관용의 원칙’을 천명하고, “업무를 비롯한 조직 문화 전반에 ‘바름’의 철학이 내제 되어야 한다“며 금융사고 예방에 대한 인식전환을 주문하고 그룹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전면 재점검을 지시했다.
우리금융, 반복되는 금융사고로 4대 금융 위상 '휘청'
우리금융그룹은 4대 금융 중 사고금액이 가장 컸다. 우리금융그룹의 지난 3년간 금융사고는 총 5회, 사고금액은 총 1498억 9000만원에 달한다.
사고금액이 가장 큰 사건은 2022년 발생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은 2012년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했다.
우리은행 직원이 회삿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6월이다. 이 직원은 출자전환 주식 관리를 담당하던 중 A사 출자전환주식(약 43만주) 23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관리시스템에서 A사 주식 출고를 요청한 후 팀장 공석시 OTP를 도용해 무단결제하고 A사 주식을 인출했다.
이후에는 더 과감해졌다. 이 직원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지난 2018년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대우일렉트로닉스 지분 매각 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 578억원과 이자 36억5000만원 등 약 614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2012년에는 소송 공탁금으로, 2015년에는 부동산 신탁전문회사에 돈을 맡기는 것으로 위장했다. 2018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돈을 맡기는 것으로 꾸몄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추진 과정에서도 몰취한 계약금 56억원과 각종 환급금 1억7000만원, 소액 채권자 몫 1억6000만원 등 총 59억3000만원을 추가로 빼돌렸다. 몰취 계약금과 각종 환급금은 예치기관에 출금 요청 허위공문을 발송해 지급받았고, 실제 매각한 자금 중 주요 채권자에게 배분하고 남은 소액채권자 몫 등은 동생 명의 회사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지난 2014년 8월부터 지난 2020년 6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횡령했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해 개인 일탈도 문제이지만 금융지주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사고자가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하고, 이 기간에 명령 휴가 대상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으며 2019년 10월부터 1년여 동안 파견 허위보고 후 무단결근했음도 우리은행 측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제기되던 우리금융의 금융사고는 올해 들어 본격화 됐다. 올해에만 4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중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주축이 된 사건은 2024년 하반기 금융권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착수한 검사에서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우리은행이 내준 350억원 규모의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적발했다. 우리은행은 '여신심사 소홀'로 인한 대출 부실인 만큼 금융사고가 아니여서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당 대출 혐의 적발 이후 한 방송에 출연해 "금융지주 회장 내지는 은행장 등 고위 내부자들의 윤리 의식을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지 감독당국이 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 사건에 대해 우리은행이 감독당국 보고, 자제감사 등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여기고 있다.
금감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해당 대출 건을 담당한 임 본부장 퇴직 이후인 올해 1월 자체감사에 나섰으나, 감사종료와 임 본부장 면직 등 감사결과를 감독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지난 5월경 제보 등에 따라 우리은행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나서야 이 같은 감사결과를 전달받았다.
우리은행은 보고할 의무가 없는 사항이었다는 입장이다. 여신 심사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하므로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고 당시 뚜렷한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의뢰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위법행위라며 선을 그었다.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 40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자체감사 중 긴급을 요하거나 중대한 위법·부당행위가 발견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내용과 처리의견을 감독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같은 규정 41조에서 금융기관은 그 소속 임직원이나 소속 임직원 이외의 자가 위법·부당한 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게 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에는 이를 즉시 감독원장에게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넘겨 받은 우리금융 부당대출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직접 수사에 나섰다. 지난 18일부터 양일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있는 우리금융지주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 등이다.
검찰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제대로 즉시 보고하지 않은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 행장이 피의자로 명시됐다. 은행장 취임 이후 불법적 대출이 자행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혐의다. 관련 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직원은 횡령·배임 등 특경법 위반 정황을 알았을 때 지체 없이 금융회사 장이나 감사 부서 등에 보고해야 한다.
검찰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조 은행장 등의 보고를 받고도 금융당국 보고 지연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근거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임 회장은 아직 피의자로 명시되지는 않았다.
검찰은 지난 8월과 지난달에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자택을 비롯해 우리은행 전현직 관계자들의 사무실 4곳, 주거지 5곳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 사무실까지 수색 대상에 포함한 것은 전날이 처음이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넘겨 받은 부당대출 검사 결과 에외도 70억∼80억원 상당의 추가적인 불법 대출 혐의도 파악해 수사 중이다. 이에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된 부당대출 규모는 기존 350억원에서 420억원으로 늘었다.
금감원은 검찰의 우리금융 압수수색 직후 이례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관련 검사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전직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사안과 관련해 그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검찰에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 검찰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검찰 수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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