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이어 ‘코인과세’도 유예 추진…“세수 결손·투기 조장 우려”
국민의힘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긴급 정책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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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 카드를 내밀며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예상되고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연일 ‘세금 깎아주기’를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공정 과세 원칙에 맞지 않고 정부 재정을 고려해야 할 여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민심’을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일부 계층에만 유리한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과세는 충분히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현재 상태로는 공정하고 공평한 과세가 어렵다”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가상자산 투자는 이미 현실이 됐고 청년 자산형성 사다리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은 800만 투자자들 그리고 청년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개정한 소득세법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에 투자해 얻은 소득에 대해 내년 1월1일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연 250만원 초과시 22%)한다. 정부·여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2027년으로 2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지 않고 대신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감세 정책을 ‘민생’ 프레임과 엮어 추진해왔다. 그는 금투세 폐지가 ‘민심’에 부응하는 길이라며 이를 주도했다. 그는 지난 8월 당대표 취임 후 첫 현장 간담회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기업상속세 완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각종 세제 완화책을 제시했다. 이 때도 세제 완화가 청년 등 개인투자자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감세는 한 대표가 주장한 ‘청년’ 혹은 ‘민심’에 부합한다기 보다는 ‘부자’를 위한 정책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청년층이 가상자산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과세할 수 없다는 건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과세가 유예되면 거액의 수익을 내는 자산가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전체가 아닌 여당을 지지하는 일부를 위한 정책”이라며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지지자라도 일단 챙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다수 청년들이 일해서 월급을 받으면 세금을 내지 않나”며 “그런데 가상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은 자산가가 세금을 안 낸다면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예상되고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대표로서 감세만 강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수입이 30조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56조원)에 이어 상당한 규모의 세수 결손이다. 안 교수는 “정부 지출을 줄일 계획은 없이 세금만 깎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금투세 폐지와 마찬가지로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투자는 일종의 일확천금을 노리는 굉장히 위험한 투자”라며 “그런 성격의 투자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는 건 정부가 투자를 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세수 결손을 상쇄하기 위해 대안으로 내놓은 ‘재정준칙 법제화’도 경기 부양이 필요한 현재 상황에선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재정준칙은 재정건정성 유지를 위해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등 한도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6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부 국가들은 재정준칙에 얽매여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기에 긴축 재정으로 선회했다. 그 결과 오히려 경기 침체를 연장시켜 세수 결손을 초래했다”며 우려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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