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제자를 성추행해 학교로부터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교수가 이 사실을 공론화한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가운데, 학생들과 교수진의 비판이 이어지자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성추행 사실을 공론화한 학생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지 않아 법적 분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여대는 21일 <프레시안>에 "제자를 성추행해 징계를 받은 독어독문학과 A 교수가 지난 20일 학교 본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A 교수가 맡고 있던 이번 학기 수업들은 다른 독어독문학과 교수들이 대신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교수를 규탄해온 서울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의 설명에 따르면, A 교수는 수년간 제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을 해오다 지난해 피해 학생 B씨로부터 신고를 당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해당 사실을 알게 된 서울여대 학생들은 제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강의를 계속하는 A 교수와 그에게 가벼운 징계를 내린 학교 본부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교내에 부착했다. 그러자 A 교수는 대자보를 부착한 학생 중 한 명인 C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학생누리관 앞에 모인 300여 명의 학생들은 제자를 성추행한 독어독문학과 A교수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프레시안(박상혁)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학생들은 A 교수의 성추행 및 고소에 반발해 지난달 31일 서울 노원구 본교 학생누리관 앞에 모여 A 교수를 비롯해 권력형 성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것을 학교 본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거센 반발에도 학교 본부의 입장 변화가 없자 학생들은 교정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래커칠을 하는 등 A 교수를 규탄하는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동료 교수들도 A 교수 규탄에 동참했다. 지난 18일 서울여대 제18회 교수평의회는 "승현우 서울여대 총장은 대책 마련과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A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평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몇몇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법적 대응이 수많은 학생을 적으로 돌림으로써 되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음을 통감해야 한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학생들과의 문제를 캠퍼스 밖에서, 그것도 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500여 명의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 등은 지난 19일 노원경찰서 앞에 모여 경찰은 A교수가 C씨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신현숙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저는 학생 편이라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옳기 때문에 모든 일을 함께 할 것"이라며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A 교수는 강의를 녹화강의로 돌리고 학교에 나오지 않다가 20일 학교본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남은 학기 수업을 맡지 않기로 했다.
다만 A 교수가 성추행 사실을 알린 C 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지 않아 법적 분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A 교수에게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는 무소의 뿔은 21일 <프레시안>에 "A 교수가 학교를 떠나는 것과 별개로 학생을 향한 고소를 취하할 때까지 규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500여명의 서울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 등은 지난 19일 노원경찰서 앞에 모여 "경찰은 독어독문학과 A교수가 학생 C씨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서울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