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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뜨거운 감자' 野 상법 개정…"투기자본 먹튀 조장" "투명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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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에 '충실·보호' 의무 동시 규정…"투기자본 소송 남발" 우려

野 "책임지고 통과" 與 "자해법안 안돼"…대통령 거부권 관측도

연합뉴스

국회의사당 본관 전경
[촬영 진성철]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안채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가 21일 강력히 반발하고 여당이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여당과 재계는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가로막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반박했다.

◇ '민주당發 상법 개정' 내용은…"회사뿐 아니라 주주에도 충실해야"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우선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사의 경영활동이 회사뿐만이 아니라 소액주주들을 위한 것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와 '보호 의무'를 동시에 명시하면서 이사의 의무를 크게 강화했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규정한 점도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와 연결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최대지분을 갖지 못한 주주들도 이사선임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의무화하면서 소액 주주들의 의사결정 참여를 더 원활하게 했다.

이정문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합병·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 시 소액주주의 이익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회사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 與 "투기자본 '먹튀' 조장 자해 법안"…재계서도 "멈춰달라"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정작 기업들은 이 법안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와 국내 주요 기업 16곳의 사장단은 이날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상법 개정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릴 것"이라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우리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는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명시되면서 대주주와 소액 주주, 기관 투자자와 일반 투자자, 내국인과 외국인 등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주주들이 소송전에 나서고, 결국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는 물론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과 법정 싸움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물적 분할이나 합병 등 소수 주주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핀셋 접근이 필요하다"며 "상법 개정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이런 문제 인식에 동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발(發) 상법 개정안을 "글로벌 투기자본 '먹튀' 조장 자해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무리한 상법 개정안은 한국 기업들을 글로벌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보호·공평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을 두고 "내용상으로도 무의미하고, 한국 상법의 모태인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입법 사례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이 '소액 주주 권리 보호'를 내세우며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자칫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여당이 재계 쪽을 대변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우선 상법 개정안의 우려되는 부작용을 부각하는 여론전에 나서는 한편,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 "책임지고 통과" 벼르는 野…與 반발 속 尹대통령 거부권 전망도

이처럼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야권이 결국 단독으로라도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과반 의석을 점유한 민주당의 경우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하며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 전통적 지지층의 비판에 부딪힌 바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들의 반발을 수습하기 위한 카드이기도 한 만큼, 여기서 또 물러서기는 어렵다는 게 당 내부 기류다.

이재명 대표 역시 전날 주식 투자자들을 만나 "상법 개정안을 책임지고 통과시킬 생각"이라고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다만 기업계와 여권의 반대 기류를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국회로 돌아올 경우 재의결을 위해서는 200표가 필요하다.

야권 전체 의석수가 192석인 데다 이 법안의 경우 여당에서 이탈표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 법안 역시 '야권 단독 처리 → 대통령 거부권 → 재의결 부결 → 폐기'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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