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제 후 상속' 판례 30년 만 변경
전원 일치 의견으로 '상속 후 공제' 판단
"공제 후 상속, 가해자 책임 면제시켜"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백색실선이 '통행금지 안전표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4.06.20. bjk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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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교직원의 사망으로 발생한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은 유가족이 먼저 공동으로 상속한 후 유족연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른바 '상속 후 공제' 방식을 받아들인 것으로 대법원이 1994년 성립한 판례를 통해 지지한 '공제 후 상속' 방식을 30년 만에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1일 오후 A씨의 유가족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로, 지난 2016년 9월 충북 단양군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도중 차선을 급변경해 유턴하려던 택시에 치여 숨졌다.
A씨는 1996년부터 교수로 재직해 사학연금 수급 대상자였다. 퇴직 후 연금을 받을 자격을 갖춘 사람이 사망하면 유가족은 정년 퇴직을 가정해 미래에 받아야 할 퇴직연금 상실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배우자 B씨와 두 자녀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퇴직연금 상실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배우자 B씨가 받고 있는 유족연금을 공제하는 방식이었다.
사학연금법은 사학연금 수급 대상자가 사망하면 유가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유족연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퇴직연금 상속분과 유족연금을 이중으로 지급하진 못하도록 했다.
유족연금을 공제하는 방식은 '상속 후 공제'와 '공제 후 상속'으로 나뉜다. 이는 민법상 상속권자와 유족연금의 수급 대상자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도 A씨의 사망으로 퇴직연금 손해배상채권을 배우자 B씨와 두 자녀가 각각 1.5 대 1 대 1 비율로 상속했지만, 유족연금은 최우선 대상자인 배우자 B씨가 수령하고 있다.
공제 방식에 따라 두 자녀가 상속하게 될 손해배상액에 차이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유족연금이 손해배상 인정액 보다 크기 때문에 유족연금을 먼저 공제하면 두 자녀가 받을 손해배상액은 없지만, 상속 후 공제 방식이 되면 배우자 손해배상 몫에서만 유족연금이 공제돼 두 자녀에게 손해배상액이 일부 돌아가게 된다.
대법원은 1994년 판례를 통해 '공제 후 상속' 방식을 따르도록 했다. 퇴직연금과 유족연금이 중복으로 지급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에서다.
유가족은 재판에서 '상속 후 공제' 방식을 주장했다. 연합회 측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제 후 상속' 방식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맞섰다.
1심은 유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속 후 공제설'에 따랐지만, 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인 '공제 후 상속설'을 인용해 판결했다.
대법원은 대법관들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상속 후 공제설'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가족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위하는 연금 목적에 부합하며, 자녀들에게도 퇴직연금을 상속 받을 권리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수급권자가 아닌 상속인들은 상속받은 일실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지급받더라도 같은 목적의 급부를 이중으로 지급받는다고 볼 수 없다"며 "수급권자가 아닌 상속인들이 상속한 일실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에서 직무상유족연금을 공제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법원은 "'공제 후 상속' 방식과 같이 손실전보의 중복성을 강조해 일실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에서 직무상유족연금의 공제 범위를 넓게 인정한다면,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는 재원으로 가해자의 책임을 면제시키는 결과가 된다"며 "수급권자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위한 사회보장법률의 목적과 취지가 몰각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례 변경 취지에 대해 "'상속 후 공제'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피해자인 망인의 상속인들의 권리를 더욱 보호하고, 수급권자가 상속분을 초과해 직무상유족연금 일부를 중첩해 받더라도 이는 생활보장적 성격으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사회보장법률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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