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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비지속성 지뢰라지만···바이든 대인지뢰 허용에 “실망스러운 후퇴” 비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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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하루 만에 국방장관과 국무부 대변인 공식 인정

비지속성이라 민간인 피해 크지 않을 것이라 강조

노르웨이 외교장관도 “매우 문제 있다”

경향신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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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사용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인 20일(현지시간) 이를 공식 인정했다. 민간인에게는 비교적 안전한 ‘비지속성’ 유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반인도주의적 무기 사용이라는 비난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라오스를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날 현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이 마비됨에 따라 러시아 공격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개전 1000일이 지난 이 전쟁에 대전차 지뢰를 지원해왔지만, 대인지뢰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가 장갑차 같은 기계화 부대를 앞세운 이전과 달리 보병 부대 진격으로 전술을 바꾼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가 본 현 상황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향한 러시아의 보병 진격이며, 대인지뢰 지원책은 이러한 진격을 무력화하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또 이번에 지원하는 대인지뢰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가 제공하려는 지뢰는 비지속성으로, 스스로 작동하고 폭발하는 시기를 제어할 수 있어 우크라이나 자체 생산 지뢰보다 훨씬 안전하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어떻게 지뢰를 사용할지를 이야기해왔고, 지뢰를 어디에 설치하는지 책임 있게 기록하고, 자폭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인지뢰 공급 사실을 확인하면서 민간인에게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밀러 대변인은 “배터리로 작동하는 이 지뢰는 시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배터리는 지뢰 매설 최소 4시간에서 최장 2주면 방전된다”면서 “따라서 설치 후 2주 이내에 폭발하지 않으면 비활성화돼 전쟁 후 민간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매설한 지뢰와 매우 다르며, 우리 군을 포함한 다른 나라 군대가 수십 년 전에 설치한 지뢰와도 다르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배치한 지뢰는 약 200만개에 달하며, 수십 년 동안 위협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인 2020년 1월 이를 폐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6월 재차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 금지’ 정책을 되살렸지만, 임기를 두 달 남겨두고 스스로 이를 뒤집었다.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전황을 고려한 번복이라고 해도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인권단체는 매설 위치 미표시나 폭우로 인한 유실 등으로 전쟁이 끝나도 수십 년 이상 민간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앰네스티의 벤 린든 국장은 이날 성명에서 “무모한 결정이며, 지뢰가 더 많은 민간인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린다는 점에 한때 동의했던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후퇴다. 충격적”이라고 했다. 또 “대인 지뢰는 분쟁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민간인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무차별적 무기이고 비지속성 지뢰도 민간인에게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지뢰 사용에 반대하는 국제 협약에 서명한 점을 들어 이번 지원이 “매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지뢰가 많이 매설된 국가 중 하나다. 국토의 4분의 1인 약 13만9060㎢가 전면 출입 금지 상태인 지뢰 위험지대다. 2022년 이후 지뢰와 불발탄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407명이 숨지고 944명이 다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인지뢰에 앞서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 사용을 허용하는 등 그간 막아뒀던 정책을 잇달아 해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의 부채 6조원 이상을 탕감해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 18일 의회에 보낸 관련 서한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진 부채 46억5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의 탕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지난 4월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던 610억달러(약 85조3000억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에 포함됐던 90억달러(약 12조5800억원)의 차관 중 절반가량을 탕감해주는 형식이다.


☞ 바이든, 대인지뢰까지 해제…북에 더 강한 메시지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02132005



☞ [사설] 우크라에 대인지뢰까지 주는 바이든, 한국은 개입 신중해야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01923001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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