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HIF 2024] “집에서 전자약으로 우울증 치료…약물 대체 가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우울증 치료에서 장애 극복까지'를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자약은 아직 치료 분야에서의 성공 사례는 적지만,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재택 치료가 가능한 우울증 치료 전자약이 상용화됐다. 전자약은 기존 의약품이 갖지 못하는 새로운 의료기기로서 기회가 분명히 있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9년간 인허가 과정을 거쳐 재택 치료가 가능한 우울증 치료 전자약인 마인드스팀이 세계 최초로 세상에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와이브레인은 이 대표를 비롯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젊은 공학자들이 2013년 창업한 전자약 개발 기업이다. 마인드스팀은 이 회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전자약이다. 헤드셋을 통해 미세전류를 흘려보내면 뇌 전전두엽을 활성화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식의 우울증 치료 전자약이다. 지난해부터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로 처방돼 지난 10월 기준 9만건이 넘는 누적 처방 수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두엽이 감정을 억제하는데, 우울증 환자는 이 기능이 비정상적”이라며 “해당 부위를 전자약을 통해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난치성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우울제는 1차 치료 반응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85%가 치료 중단 또는 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한계가 있다. 와이브레인은 다기관 임상시험에서 중증 우울증 환자에 대한 항우울제와 전자약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이미 환자의 재택 임상시험이 성공한 제품도 있다. 이마에 패치를 붙여 전기 자극으로 편두통을 치료하는 전자약인 두팡이다. 회사는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해주는 510k 승인을 받았다.

이 대표는 전자약이 약물을 비롯한 기존 치료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약물은 전신에 퍼져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1~3상의 임상시험 기간이 긴 반면 전자약은 부작용 우려가 낮고 개발 기간이 짧다”며 “아주 미세한 전류로 뇌 활동 빈도를 높이고, 다양한 뇌 영역 활동을 바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브레인은 우울증과 편두통을 넘어 경도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치료를 위한 전자약도 개발 중이다. 경도 치매는 업계 최초로 확증 임상시험을 완료했고, 데이터 분석을 거쳐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전자약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최근 확증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임상시험 실패와 인허가 과정 장기화로 여러 번 파산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종근당, 환인제약 등 국내 주요 제약사와 협업하고 규제기관이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시장 진입에 성공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했다.

그는 “사업화를 하고 보니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며 “특히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 치료는 인식 전환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여러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레인은 정신질환 환자들의 진료비를 지원하고 학회 행사에 참여하는 등 정신과 치료의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염현아 기자(yeom@chosunbiz.com);송복규 기자(bgso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