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공지능(AI) 칩 1인자’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치를 가뿐히 뛰어넘은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엔비디아의 차기작 ‘블랙웰’의 품질 문제가 향후 실적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좀처럼 걷히지 않는 ‘인공지능 거품론’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21일 미국 반도체설계기업 엔비디아의 발표를 보면, 회사는 2025회계연도 3분기(8~10월)에 매출 350억8천만달러(약 49조원), 영업이익 218억7천만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전 분기보다 16.8%, 17.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62.1%에서 62.3%로 소폭 상승했다. 이번 실적은 330억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증권가의 매출 전망치를 넉넉하게 웃도는 성적표다.
시장의 관심은 그보다 엔비디아의 신제품 블랙웰이 향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쏠렸다. 엔비디아가 이르면 올해 말 출하하기 시작할 인공지능 칩 블랙웰은 저조한 수율(양품의 비율)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만들어놓고도 팔지 못하는 불량 제품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많다는 뜻인 만큼, 시장에서는 당분간 회사 매출이 둔화하고 수익성도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엔비디아도 이런 우려를 일부 수긍했다. 회사는 블랙웰 양산 초기에 매출총이익률이 70%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이날 설명했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빼고 얻은 이익률로, 최근 엔비디아는 70%대 중반을 기록해왔다. 블랙웰을 생산하기 전인 올해 초에는 78%를 넘기기도 했다.
매출 성장세가 예전처럼 가파르지 않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엔비디아는 4분기(올해 11월~내년 1월) 매출이 3분기보다 6.9% 많은 37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엔비디아가 보여온 매출의 ‘고속 성장’이 계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증권가 전망치 평균인 371억달러보다 높지만 상단인 410억달러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거품론’도 잠재적인 악재로 도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칩의 주된 수요처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사업자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반 기업 대다수는 여전히 직접 투자해 인공지능을 구축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을 일부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이는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가운데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CSP)의 비중은 2분기 45%에서 3분기 50%로 늘어났다.
주식시장도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뒤 뉴욕 증시 시간외거래에서 정규장 종가보다 2.5% 떨어진 142.25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과 4분기 예상 실적 모두 증권가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이보다 높았던 셈이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인공지능 열풍과 실적 호조에 힘입어 200%가량 뛴 바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