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기업평가)(주황색=우대 가맹점, 괄호=체크카드) |
카드사들이 본업인 결제 부문에서 수익이 악화되자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격비용 제도로 인한 신용판매 위축이 소비자 후생까지 저하하고 있어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이날 은행회관에서 '적격비용 산정의 합리적 개선'을 주제로 KOCAS 컨퍼런스를 개최했다고 21일 발혔다.
적격비용 재산정은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시 카드사가 얻게 되는 수수료율을 주기적으로 점검·조정하는 제도다. 현재 카드사들은 3년마다 재산정 과정을 거쳐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있다.
컨퍼런스에선 카드사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대한 발표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과 리스크(김상봉 한성대 교수) △적격비용 제도와 카드사 경영(서지용 상명대 교수) △신용카드시장 의무수납제가 카드 수수료 체계에 미치는 영향(윤선중 동국대 교수) 순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순서로 발표자들과 채상미 이화여대 교수 및 윤희선, 석일홍 김앤장 변호사의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김상봉 교수는 발표에서 현재 카드업계를 정상적인 시장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지난 14년간 수차례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이 인하됐고, 우대수수료율 대상도 전체 가맹점(약 300만개)의 96.2%까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미 0%대로 한계까지 수수료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빅테크까지 결제업에 진출하다 보니, 카드사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며 “적격비용 산출제도를 폐지하거나 재산정 주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교수는 적격비용 산정 이후 카드사 운용자산에서 고위험 자산이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카드사들이 판관비 및 카드비용 축소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수익을 보전하고 있고, 운용에서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다.
실제 지난 2011~2021년 기간 카드사는 19조9000억원에서 37조3000억원까지 연평균 7.2% 대출자산을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엔 카드론 잔액이 42조원에 달하는 등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가 카드사 본업을 위축시키고, 이는 위험자산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적격비용 제도가 소비자 후생을 저화와 민간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제도의 대폭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성중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적격비용체계에 내재돼 있던 왜곡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적격비용 체계와 같이 가격에 직접적인 규제가 반영되는 사례는 미국, 호주, EU, 중국 등 해외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가맹점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장기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법인세법, 여신금융업법 등으로 사실상 가맹점들이 의무적으로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같은 환경에선 가맹점이 수수료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부작용이 누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맹점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의무수납제와 가격차별 금지를 완화·폐지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시장 금리에 연동될 수 있도록 수정하거나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가맹점 비율을 하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1일 은행회관에서 한국신용카드학회가 '카드사의 적격비용 제도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를 주제로 KOCAS CONFERENCE 2024를 개최했다.(사진=한국신용카드학회) |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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