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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예방 교육 듣던 내 딸이 도박 중독자가 됐다” [교실 파고든 도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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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예방 교육 들어도 청소년 도박은 여전

-정부 도박 근절 교육 효과 없어

-불법 도박 사이트 계좌 정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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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는 모습. 영상=정혜미PD



“학교에서 하는 도박 예방 교육은 다 소용없어요. 고등학생 내 딸은 교육을 받았지만, 도박 중독자였습니다”

지난달 23일 경기 용인시에서 만난 A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A씨는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의 담임으로부터 학교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상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딸이 친구들의 돈을 뺏었다고 했다. A씨는 딸에게 이유를 물었다. 도박빚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에게 신경 쓰지 못했던 A씨. 자책하던 그에게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학교에서는 도박 교육을 하지 않았던 걸까. A씨는 딸에게 “교육을 들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딸은 “예방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소년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범정부 대응팀을 꾸리는 등의 노력을 했다. 이론적인 교육이나 치유에 중점을 둔 정책이 대부분이다. 도박 예방 교육을 하거나 정부 보유 채널에 불법 도박 예방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는 식이다. 경찰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도박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 찾아가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며 “도박 근절 릴레이 캠페인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역시 청소년 도박을 막기 위해 학교에 찾아가 교육을 진행하는 등 도박 예방·치유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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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불법 도박 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경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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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도 실효성 없어

그러나 이런 조치는 청소년의 도박 접근 자체를 막기에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방 교육만으로는 청소년이 도박에 노출되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박 접근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을 실질적 억제 조치가 필요하다.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를 운영하는 조호연 교장은 “정부가 10년 넘게 도박 예방과 치유에 막대한 예산을 썼는데 청소년 도박은 줄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다른 방식을 찾아 접근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이용하는 계좌를 정지시키는 방법이 핵심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입장에서 계좌 정지는 돈줄이 막히는 것과 같다. 불법 도박 사이트 계좌를 정지하려면 먼저 계좌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계좌들을 모아 경찰청에 고발하면, 경찰청에서 계좌 주인을 소환해 조사한다. 계좌 주인이 돈의 출처를 증빙하지 못하면 돈을 전부 국고로 환수한다.

박종민 법무법인 세담 변호사도 불법 도박 사이트의 계좌 정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은 계좌 정지가 빨리 이뤄지는 편인데 불법 도박은 그렇지 않다”며 “신속하게 계좌를 차단하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자 하는 욕구를 저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청소년 도박을 막기 위해 실질적인 제재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 6월 12일 도박 콘텐츠에 전자심의 제도를 도입하는 ‘불법 사이트 퇴출법’이 발의됐다. 지금은 불법 OTT 사이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신고하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친 뒤 사이트를 차단한다. 이 과정에서 1~2주가 소요된다. 그 사이에 불법 도박 사이트는 주소를 바꿔 새로운 사이트를 개설한다. 불법 사이트 퇴출법은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주소를 우회하지 못하도록 방심위 상시 심의를 통해 즉각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불법 사이트 퇴출법을 발의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진행하는 청소년 도박 근절 대책이 예방 교육에 멈춰있는 상태”라며 “불법 OTT 사이트와 불법 도박 사이트의 공생 관계를 끊을 실질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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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불법 도박 베팅을 하는 모습. 도박없는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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