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억 가치’ 삼성디스플레이 영업비밀 중국에 빼돌린 전직 연구원 구속기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12월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디스플레이 법인(SDV)을 방문해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검찰이 삼성디스플레이의 국가핵심기술을 빼돌려 중국 회사에 유출한 전직 연구원을 구속기소했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심형석)는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으로 일하던 A씨(57)를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삼성디스플레이를 퇴직해 중국 B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계열사로 이직하면서 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영업비밀·국가핵심기술을 사진으로 찍어 유출한 혐의(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를 받는다.

A씨는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공장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2021년 3~4월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법인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B사에 매각하는 업무를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삼성디스플레이 몰래 B사로의 이직을 협의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정부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 쪽에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 명의로 근로계약을 체결해달라고도 했다. A씨는 2021년 5월 B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계열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A씨는 삼성디스플레이 시스템에 접속해 자동화 공장 운영체제를 위한 영업비밀을 보고 휴대전화로 총 17차례 찍었다. 검찰이 지난 5월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결과 경찰 수사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영업비밀이 추가로 발견됐다. 그 중 국가핵심기술 자료도 포함된 것을 확인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도 혐의로 추가했다.

A씨는 2021년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촬영한 자료를 B사의 계열사 임직원에게 직접 보냈다. 중국어로 번역·가공한 사례도 있었다. 검찰은 유출된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약 24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기술 격차로 따지면 10년 정도의 차이라는 평가도 있다.

A씨는 B사의 계열사 직원에게 ‘영업비밀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압수수색 이후에도 수사 상황을 B사에 알리면서 업무를 이어갔다. 변호사 비용도 보전받기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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