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줄인다” 신문용지 가격 담합한 제지사에 과징금 305억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황원철 카르텔조사국장이 3개 신문용지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제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신문용지 가격을 담합한 제지사들에 3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수시로 연락하며 담합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격 인상시기도 분산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신문용지 가격을 인상하고 공급량을 축소하기로 담합한 전주페이퍼, 대한제지, 페이퍼코리아 등 3개 제지사에 과징금 약 305억원이 부과한다고 밝혔다. 담합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전주페이퍼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문 폐지 등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자 이들 회사는 제품 가격을 함께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각 사 영업담당자들은 신문사 주변에서 최소 9차례 이상 모임을 갖고, 텔레그램과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수시로 연락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난 담합 과정을 보면 각 사 영업담당자들은 2021년 6월 모임을 통해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유선 연락과 모임 등을 통해 2021년 10월부터 신문용지 1t당 가격을 6만원 인상하기로 확정했다. 신문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과 담합으로 의심받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각 사 영업담당자들은 가격 인상 요청 공문에 기재하는 인상 시기와 금액을 다르게 작성했다.

1차 가격 인상 이후에도 생산원가의 상승이 지속되자 3개사는 2022년 4월 추가로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해 6월부터 신문용지 1t당 가격을 6만원 올렸다. 이들 회사는 담합 과정에서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은 신문사들을 대상으로 공급량을 일부 축소하기도 했다.

제지사는 국내와 해외에서 신문폐지를 구입해 신문용지를 생산한 후, 이를 신문사 등 거래처에 판매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신문용지 공급시장 규모는 약 2870억원이다. 이 사건 담합에 가담한 3개 사업자의 점유율은 100%에 달한다.

이번 담합으로 신문사 피해는 물론, 종이 신문 구독료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늘어났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실제 담합 기간 종이신문 월 평균 구독료는 1560원(21.5%) 상승했다.

황원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앞으로도 원가 상승을 이유로 한 과점기업들의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 시에는 엄정하게 조치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