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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단독] '영평상 남우조연상' 현봉식 "난 연기에 미친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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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현봉식, '빅토리'로 영평상 남우조연상 수상
데뷔 10년, 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작'
"잘한다 소리 듣고 칭찬받고 싶어요"
한국일보

현봉식이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디즈니플러스 '강남 비-사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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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보면 모두가 아는 그 남자.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특출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배우. 이제는 쟁쟁한 주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널리 알리고 있는 그는 '데뷔 11년 차' 현봉식이다.

일찌감치 중년의 역할들을 섭렵하며 '연예계 대표 노안 배우'라는 재밌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지만, 이제는 작품 속에서도 본인의 나이를 찾아가고 있다. 최근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는 이준혁(서동재 역)의 후배 조병건 검사로 분해 열연했다.

1984년생인 현봉식을 실제로 만나면 의외로 귀여운(?) 면모에 놀라게 된다. 해맑은 미소에 조심성 많은 성격이 작품에서 보여준 과감하고 거친 모습들과는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현봉식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제44회 영평상 남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 '빅토리'에서 혜리의 아버지로 등장해 깊은 감동을 선사한 덕분이다. 수상 이후 SNS를 통해 "얼떨떨"이라는 짧은 소감을 밝힌 그는 누구보다 이 상의 의미와 감사함을 느끼고 있을 터다. 스스로 "연기에 미친놈"이라고 칭하는 현봉식을 만나 배우 인생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누구보다 바쁘게 달려온 10년


현봉식은 지난 2014년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쌍수 역으로 데뷔해 '국제시장' '극비수사' '아수라' '프리즌' '보완관' '리얼' '강철비' '1987' '사라진 밤' '마녀' '타짜: 언 아이드 잭'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서울의 봄' '범죄도시4'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데뷔한 지 10년이 됐는데 70여 작품에 출연했다.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놀라움을 표하자, 그는 "나도 어떻게 다 소화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사실 저는 배역을 고른다기보다는 선착순으로 참여를 합니다. 제안을 받은 순서대로 하는 거죠. 작품을 가리지는 않는 거 같아요.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한 경우들은 있어요. 저를 찾아주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배역이 크면야 너무 감사하지요. 어느 하나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작품은 없어요. (흥행이) 잘 돼서 (역할이) 보이냐 아니냐일뿐이죠. 작품이 성공 못하면 (참여를) 안 한 사람이 되는 거니까요. 한 달 만에 극장에서 내려간 작품이 TV에서 특집으로 나오면 그제야 봤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고요."
한국일보

현봉식이 혜리와 부녀호흡을 맞췄다. 영화 '빅토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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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남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빅토리'는 지난 8월 14일 개봉해 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실관람객들의 평점은 높았다. 특히 혜리와 현봉식의 부녀 호흡이 너무나 현실적이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혜리는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이끄는 댄서 지망생 필선 역을 맡았고 현봉식은 아버지 우용으로 분했다. 앞서 혜리는 "현봉식 배우와 촬영할 때는 '오늘은 편하게 있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의지가 많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은 실제로 10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현봉식은 "혜리가 성격이 좋더라. 나는 내향형이다. 결이 맞아야 친해진다. 현장에서 혜리도 연기가 많이 늘었다. 준비를 많이 해왔다. 내가 잘한 게 아니고, 흘러가는 이야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었다. 부녀지간에 그렇게 살갑고, 고등학생인데 아빠랑 뽀뽀하고 그러는 집이 별로 없지 않나. 어색하고 데면데면한 게 경상도 풍의 가족의 느낌과도 맞다고 생각했다. 슛 들어가기 전에도 데면데면하게 있다가 시작하니까 그 느낌이 잘 살기도 했고 잘 나온 거 같다"라고 말했다.

시키는 걸 열심히 하는 사람


의외로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한 배우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밝힌 현봉식은 '국제시장'의 황정민과 서너 작품을 같이 하며 친해졌고, '극비수사' '1987'에 함께 출연한 김윤석, '아수라' 배우들과도 친하다고 털어놨다. 무수히 많은 인기 영화들에 출연한 그에게 다작의 비결을 물었다.

"저는 감독이 원하는 걸 잘 그려주는 배우 같아요. 촬영장이 트러블 없이 잘 굴러가면 좋겠어요. 대본에 대한 이해도는 있고, 글의 의도를 인지는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있잖아요. '실제 상황이라면 여기서 더 할텐데' 이런 이야기를 작가, 감독에게 하고 의견을 구하죠. 안 거슬리게 의견을 물어보고 (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바로 수긍합니다. 하하."

배역을 가려서 참여하지 않는다는 현봉식은 도저히 본인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될 때는 거절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가끔 자기 객관화가 안되는 경우가 있다며 웃었다.

"영화 '홍어'에서 현전무 역을 맡았는데 여직원을 성희롱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내는 역할이었어요. 저랑 안 어울릴 거 같아서 '나 못한다' 했죠. 그땐 객관화가 안된 거예요. 감독님이 '형님 딱입니다'라며 그냥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키는대로 했죠. 그런데 작품이 너무 잘 나온 거에요. 영화제에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한예종 졸업 작품이었는데 상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앞으로 시키는 거나 잘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하하."

현봉식은 배우로 살고 있는 지금이 누구보다 행복하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언행도 조심하려 노력한다. 배우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순간도 잊지 못한다.

"데뷔 전까지 인생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인생이 노잼이었죠. 사고 치고 다니고 친척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쟤 커서 뭐 되겠나'라고 했죠. 사람 자체가 미래가 없는 느낌이었어요. 어떤 일을 해도 딱히 잘한단 소리도 못 들었고요. 스펙트럼이 좁은 인생을 살고 있다가 연기를 하고 싶어서 시작을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해본 적이 있나' 싶었어요. 저는 칭찬이 고팠던 것 같아요. 첫 공연 올린 날 일기에 '내 생애 가장 이쁜 날'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희열감을 잊지 못해요."

현봉식은 스스로를 "연기에 미친놈"이라고 칭하며 웃었다. "저는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화면에 (얼굴은) 개똥같이 나와도 돼요. 스태프가 와서 제 머리를 정리하면 하지 말라고 하죠. 그냥 주인공이나 신경 쓰라고 해요. 외적인 모습에 신경을 안 써요. 평소에도 쇼핑몰 운영하는 동생이 주는 옷을 입고 다니고 촬영 때는 최대한 편하게 입어요. 어떤 역할을 해도 그 사람처럼 보이고 싶고 '잘한다' 소리를 듣고 싶어요. 전 그냥 연기로 칭찬받고 싶거든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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