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길 열릴까... 신약 개발 실마리 찾아낸 바이오기업

암세포 성장 차단 어려운 유방암 유형서
증식·전이 촉진하는 특정 단백질 찾아내
"새로운 치료제 상용화에 6년 소요 예상"

서울 중구 에프엔씨티바이오텍 부설연구소에서 이 회사 이수재 공동대표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프엔씨티 제공

재발이 잦고 치료 후 생존율이 낮아 고위험 암으로 분류되는 '삼중음성' 유방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국내 한 바이오기업이 제시했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향후 새로운 치료제 등장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에프엔씨티바이오텍은 삼중음성 유방암의 진행이나 전이를 촉진하는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을 밝혀내 암 연구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몰레큘러캔서'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유방암 치료는 암세포에 특정 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이나 단백질(HER2)과 결합하는 부위(수용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호르몬 수용체가 있다면 거기에 호르몬이 결합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약을, HER2 수용체가 있다면 거기에 HER2가 달라붙지 못하게 막는 약을 쓰는 식이다. 이들 호르몬과 단백질이 수용체를 통해 암세포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이 세 가지(삼중) 수용체가 없는(음성) 유형이다. 다른 유형의 유방암과 달리, 암세포 성장을 차단할 방법이 부족해 치료가 매우 어렵다. 진영우 에프엔씨티 공동대표는 "확립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기존 여러 약으로 시도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피부나 생식기가 상하고 탈모가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유방암의 약 15%가 이런 삼중음성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에프엔씨티 연구진은 유방암 환자들의 다양한 단백질과 유전자들을 정밀분석했다. 그 결과 ICAM-1이라고 이름 붙은 단백질이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서 유의미하게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원래 세포를 서로 붙이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연구진은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는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수재 공동대표는 "이 단백질이 EGFR(암세포의 또 다른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을 방해하면 삼중음성 유방암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ICAM-1이 EGFR에 결합하는 걸 막는 물질(중화항체)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향후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까지는 5~6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 대표는 "암 전이 억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현기 인턴 기자 hyunki10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