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느껴봐"…'접근금지' 전 여친 방화살해범, 징역 30년

전 여자친구의 접근금지 조처에 불만을 품고 방화 살해한 60대 남성이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사진=뉴스1

전 여자친구의 접근금지 조처에 불만을 품고 방화 살해한 60대 남성이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21일 뉴스1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징역 30년을 구형한 검찰과 같은 결정을 한 셈이다.

A씨는 지난 5월9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활초리에 위치한 B씨(60대·여) 소유 2층짜리 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B씨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과거 교제하던 사이로, A씨는 '접근금지' 임시 조치 명령이 내려진 데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그는 지난 4월22일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법원으로부터 임시조치 명령을 받았다.

A씨는 범행 직후 사건 현장 인근 야산에 숨어있다 4시간 만인 다음 날 오전 2시쯤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재판 과정 내내 '무죄'를 주장했다. 피해자를 숨지게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 재산에 피해를 줄 목적으로 방화를 했다는 것이다.

'접근 금지 명령을 준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검찰 측 질문에는 "테라스를 예쁘게 꾸미고 같이 오래 살려 했는데 나가라는 말 한마디에 내가 나올 수 있냐"며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고 싶었다. 돈은 돈대로 다 쓰고 얼마나 허망한가. 피해자도 그걸 느껴보라는 게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평온이 보존돼야 하는 자기 집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 속에서 곧바로 뇌사 상태에 빠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며 "유족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고 피고인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분노와 좌절을 이유로 법과 법원의 결정을 무시한 채 거리낌 없이 피해자 집에 방화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범행 이유를 정당화하는 데 불과했고, 유족 피해 복구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기각한 것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 투자 관계에서 발생한 범행으로 보이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상대로 폭력성이 발휘된 건 아니다"라며 "살인과 관련된 범죄 전력이 전혀 없고 피고인 나이와 건강 상태에 비춰볼 때 다시 살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부착 명령을 선고할 만큼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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