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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각자도생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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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구소와 기업에서 2025년 경제·산업전망 분석이 한창이다. 내년 경제 기상도는 '흐림'을 예상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는 한마디로 암울하다.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 가계 등 경제주체 모두 긴장하고 있다. 먼저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내수(소비+투자)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 소상공인, 개인 모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내년 우리 사회는 '저성장 지속과 양극화 심화' 속에서 각자도생이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p) 하향조정한 2.0%로 제시했다. 수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2.0%)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5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저성장 지속을 예상했다. 그 이유로 저출생, 고령화, 높은 수출 의존도 등 구조적 요인을 꼽았다. 또 지정학적 갈등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경쟁력 하락,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내수 부진도 이유로 들었다.

하나금융은 2025년 우리 경제의 키워드로 '우로보로스(Uroboros)의 딜레마'를 꺼냈다. 우로보로스는 고대 신화에서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상을 말한다. 자기 꼬리를 물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끝없이 반복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갈등이나 문제가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현실과 데자뷰된다. 정쟁이 끊이지 않는 정치는 내년에도 희망이 크지 않다. 경제도 희망적이지 않다. 저성장에 따른 양극화가 한국의 경제를 짓누를 것이 분명하다. 정치 양극화에 이어 소득 등 경제력 격차가 벌어져 빈부격차가 심해질 전망이다.

양극화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은 자금력과 기술력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중견기업은 수익성 악화와 기술력 미비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다. 소상공인도 되는 집만 되는 구도가 예상된다. 다른 가게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문을 닫아야 한다. 웃는 곳과 우는 곳이 생긴다. 소비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저가 위주의 필수 소비가 대세를 이루면서 고가 제품은 선택적 소비만 이뤄진다.

내년 경제 기상도에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혼돈'과 '공포'로 표현한다. 태풍과 폭설이 잦다는 얘기다. 실제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수출을 토대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는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소 60%의 관세를 매긴다고 공약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자동차 업체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촘촘하고 꼼꼼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다. 미국의 정권교체 트리거(방아쇠)도 물가, 일자리 등 경제였다. 살림살이가 승부를 가른 셈이다. 우리나라 정치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정권도 잃는다. 정치는 차치하더라도 사회전반의 양극화 해소가 시급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물론 부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 사각지대 복지 확대는 물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 두려운 내년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구름이 몰고 올 비와 태풍을 대비해야 한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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