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5개 재판에 사실상 ‘법정 연금’…민주, 재판 시간·비용 고심

재판 진행 속도도 변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과의 접견 도중 손으로 이마를 만져보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연이은 기소로 사실상 ‘법정 연금’을 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 대표가 5개에 이르는 재판에 시간과 비용을 쏟아야 할 상황이 되자 비용 지원 등을 두고 당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21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을 찾아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진행한 뒤 오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재판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민주당에선 검찰 비판 발언이 쏟아졌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해 “들판에다가 사냥꾼들을 풀어놓고 경쟁시키는 구조”라며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수사와 기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전날 유튜버들과 만나 자신을 추가 기소한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등의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는 “증거는 없지만 기소한다, 이게 검찰의 입장”이라며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기소로 피해를 입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에 자신을 빗댔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일부 재판이 병합된 것을 감안하면 이 대표는 향후 총 5개(서울중앙지법 3개·수원지법 2개)의 재판을 치러야 한다.

이 대표의 재판이 누적되며 민주당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기존에 4개 재판을 치를 때도 당대표 직무, 의정활동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재판 하나가 또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재판은 특히 서울과 수원 2개 지역에서 열려 이동에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당내에선 “검찰이 이 대표를 가택연금에 버금가는 ‘법정연금’에 처했다”는 토로가 나오고 있다.

재판에 드는 비용도 문제로 떠올랐다. 5건을 동시에 진행하려면 변호사비가 적어도 수억원대 이상 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오자, 당 안팎에서는 “변호인단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경우 이 대표의 비용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민주당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부터는 변호인단 선임 등에 당 차원의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가 1심에서 받은 의원직 상실형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되면 민주당도 400억원이 넘는 선거보조금을 토해내야 하기에, 당이 개입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 차원에서 이 대표의 재판을 지원하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어 주저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당의 자금은 당원들의 당비와 국민 세금인 국고보조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개인 변호에 사용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의 상습적 거짓말로 인해 벌어진 개인 재판의 변호인단 선임 비용을 국민 혈세로 대납하는 행태는 현실화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대표 공직선거법 재판의 ‘진행 속도’와 관련된 고심도 토로하고 있다. 대법원이 공직선거법상 선거범 2·3심 판결을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 처리하도록 한 강행규정을 준수하도록 최근 강조했기 때문이다. 향후 이같은 원칙이 지켜지면 대법원이 2025년 5월15일 이내에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확정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최종심까지 유죄가 나오면 이 대표는 2027년 3월 대선에 나가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재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며 전날 ‘재판지연방지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공직선거법상 6개월에 1심 재판을 마쳐야 하는데 (이 대표 재판을) 어떻게 2년 2개월이나 지연시켰는지 그 지연 수법을 분석해 공개하고, 2심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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