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출범하고 약 6개월이 지났지만 AI(인공지능) 관련 법안 발의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전무하다. AI산업의 기반이 되는 ‘AI 기본법’도 여·야의 입장 차이로 인해 소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본법을 비롯한 각종 법안이 통과돼야 산업 지원의 근거가 마련되고,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AI 관련 법안은 이날까지 총 20건이다.
22대 국회 출범 다음 날인 지난 5월 31일 안철수 의원 등 12명이 공동 발의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이 첫 발의법안이며, 민형배 의원 등 13인이 지난 6월 28일 발의한 ‘인공지능 기본법안’을 비롯해 6건의 법안이 국회 소위에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소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이날까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5758건으로 AI관련 법의 비중은 전체 발의 법안 중 0.003%에 불과하다.
21일 열리는 과방위 2소위에서 AI 기본법 등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양당의 입장차로 연내 본회의 통과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AI 윤리 규제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야당의 반대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AI산업을 지원할 근거법이 존재하지 않아 정부의 예산 지출 등도 어렵다.
주요국의 입법 흐름과 비교해 한국은 다소 뒤처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AI 행정명령’이 AI 기본법의 역할을 하면서도, AI 산업 진흥에 방점을 둔 법안이 관할 소위를 통과해 상원과 하원에 각각 상정된 상태다. 유럽은 지난해 EU(유럽연합) AI법을 제정하고 AI로 인한 각종 사회적 부작용 대응에 나섰다.
한국은 영국 조사기관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지수’에서 세계 6위를 차지했음에도, ‘운영환경(Operating Environment)’은 35위를 차지해 후진국 대열에 머물러 있다. 이 분야에서 미국은 1위, 중국은 9위, 싱가포르와 영국은 각각 6위, 4위를 차지했다. 토터스 미디어는 규제적 맥락과 여론에 초점을 맞춰 운영환경 순위를 조사했다고 밝혔는데, AI 관련 법률 제정이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국회에 발의된 AI 법안이 규제를 골자로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개의 인공지능 관련 발의 법안 중 기본법 2개와 지원법 4개를 제외한 14개의 법안이 안정성, 책임소재, 윤리성 등의 AI산업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T) 업계는 규제법안 자체는 AI기술 개발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위해 필수라는 입장이지만 뒤늦게 제정된 규제법안은 기업이 추진하는 AI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발 중인 AI 기술이 관련법과 대립하면서 사업 자체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AI 기본법이 없는 상태에서는 기업이 AI 정책이나 사업을 결정하려고 하면 불확실성이 커 주저하게 된다”며 “국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기업도 명확한 AI사업 추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김성현 기자 minus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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