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가려줄게" 두꺼비 사진 쓴 유튜버…'모욕죄' 공방 결말은

지난 2월 19일 오전 대구 수성구 욱수골에서 두꺼비가 망월지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한 유튜버가 경쟁 채널 유튜버를 ‘두꺼비’에 빗대 표현하면서 “얼굴을 가려주겠다”며 두꺼비 사진을 썼다. 이같은 행위도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험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52)는 약 8년 전부터 보험 정보를 전달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왔다. 그는 경쟁 유튜버들을 4명을 상대로 “보험 사기를 저질렀다” “상한 음식을 먹고 음식점에 가서 돈을 뜯어내라고 했다”는 등 상습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업무방해·모욕)로 2021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모욕 피해자 중에는 유튜버 B씨도 있었다. A씨는 2020년 9월 B씨의 방송 화면을 캡처한 뒤 “얼굴을 가려주겠다”며 두꺼비 사진을 덧씌웠다. 다른 혐의들은 1·2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지만, ‘두꺼비 사진 합성’이 모욕인지를 놓고는 대법원까지 법정 공방이 이뤄졌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가 이미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고, 피해자의 신청으로 방송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는데도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했다.

다만 두꺼비 사진을 사용해 B씨를 모욕한 부분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른 모욕적 표현 없이 단지 두꺼비 사진으로 B씨의 얼굴을 가린 것만으로 B씨를 모욕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 법원은 두꺼비 사진 합성 역시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얼굴에 두꺼비 사진을 합성한 것은 비언어적·시각적 수단을 사용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전달한 것”이라며 “모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그간 적대적 관계에 있었고, A씨가 방송에서 지속해서 “두꺼비처럼 생긴 XX가 있다”“두꺼비는 원래 습하고 더러운 데 있다”는 등 B씨를 조롱하며 ‘두꺼비’라는 표현을 써온 점을 고려했다.

A씨는 “얼굴을 가려 주기 위해 일종의 가면으로 두꺼비 이미지를 합성한 것뿐”이라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단순히 얼굴을 가리려고 했다면 모자이크 처리 등 일반적인 방법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두꺼비 사진을 합성한 점에 비춰 보면 모욕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1심에서 유죄 판단한 그 밖의 혐의들 역시 2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2심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했다”며 병합된 또 다른 사건과 합쳐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두꺼비’ 부분에 대해 다시 판단해달라며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지난달 31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씨가 얼굴을 가려 주려는 용도로 두꺼비 사진을 합성한 것이 아니라, 두꺼비 사진을 수단으로 삼아 경멸적 감정을 전달한 것”이라며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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