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 “정당한 처벌…피해 규모 크다”
20일 미국 맨해튼 형사법원은 한국계 투자가 빌 황(62·한국명 황성국)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에게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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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 사태로 미국 월가의 국제 금융사들에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손실을 안긴 혐의를 받는 한국계 투자가 빌 황(62·한국명 황성국)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이하 아케고스) 설립자에게 법원이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앞서 15일 맨해튼 지검은 “황씨가 시세조작을 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법원에 징역 21년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국제 금융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대형 금융범죄 사건에 법원이 철퇴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모두를 위한 평등한 정의이며 정당한 처벌”이라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판사는 “선고를 내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고 한 사람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벅찬 일이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서 “판사로서 겪은 그 어떤 손실보다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시종일관 황씨의 범죄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판사는 황씨의 변호인에게 지난 3월 사기 혐의로 징역 25년 형을 선고 받은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전 최고경영자(CEO) 샘 뱅크먼프리드를 언급하며 “뱅크먼프리드의 사기와 황씨의 사기 중 무엇이 더 나쁘냐”고 묻기도 했다. 또 황씨 측 변호인이 “징역형은 면하게 해달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법원은 ‘완전히 우스꽝스러운(utterly ridiculous)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황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자신이 한국에서 자랐고, 부모님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어 “계속해서 선한 일을 하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초고위험 레버리지 투자와 파생상품 거래의 위험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황씨는 금융회사들을 속여 거액을 차입한 뒤 이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파생상품에 투자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아 왔다. 황씨는 아케고스를 통해 투자은행(IB)들과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및 차액거래(CFD) 계약을 맺고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런데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자 증거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마진콜이 발생했다. 아케고스는 마진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금융사들이 담보주식을 내다 팔며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발생해 손실이 커졌다.
이 사건으로 국제 금융회사들의 피해가 컸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비교적 빨리 주식을 매각해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와 노무라의 피해가 컸다. 특히 CD의 손실규모는 55억 달러에 달해 결국 자국 경쟁사인 UBS에 인수됐다. 블룸버그는 “화이트칼라 사건은 일반 투자자가 피해자인데 이 사건은 월가 은행이 큰 손해를 봤다는 점에서 다른 사건과 차별화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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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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