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첫 비전공유회에서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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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글로벌 경쟁이 더 치열해진 배터리 업계에 '특허전쟁'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특허 무단 사용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자 지식재산권(IP)을 무기로 이를 저지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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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CATL, 유럽 IP 인력 채용 경쟁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2위인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독일 등 유럽에서 특허 관리자·변리사 등 IP 관련 인력을 경쟁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유럽 내에서 특허침해 소송과 라이선싱(특허사용계약) 활성화에 대비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허 무임승차’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현재 배터리 소재·공정·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술 등의 특허를 중국 업체들이 침해한 정황을 확보해 경고장을 보내고, 라이선스료를 협상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특허 중 경쟁사가 침해하거나 침해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략특허’는 1000여 개로, 이 가운데 실제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것만 580건에 달한다.
중국 CAL 본사 전경.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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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침해 대응은 헝가리 특허관리전문회사(NPE) 튤립 이노베이션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튤립 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의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 관련 특허를 통합한 새 라이선싱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한국과 일본이 손잡고 후발주자인 중국 견제에 나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우수한 특허를 확보하기 어려운 후발 기업들이 특허 무단 사용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 공정한 경쟁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특허침해금지 소송 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허침해 업체와 협상에 실패하면 주로 유럽에서 소송에 나설 전망이다. 이창훈 특허법인 아주 변리사는 “지난해 출범한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을 통하면 회원국 전체에 제품 판매금지 등이 가능해 특허침해 소송이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35.1%에서 올 상반기 38.9%까지 올랐다.
LG화학 역시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과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중국 양극재 기업 룽바이의 한국 자회사 재세능원이 자사 삼원계(NCM·니켈 코발트 망간) 양극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 신청을 했고, 재세능원은 특허 무효심판으로 맞섰다. LG화학은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에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양 사는 소송 등으로 다투겠다며 무역위원회에 조사 중지 신청을 했고, 위원회는 21일 중지 여부를 판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소송은 양극재 업체 간 특허 분쟁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소송”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LG화학 양극재 공장 착공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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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무기로 중국 가격 경쟁력 낮춰야”
국내 배터리 업계는 삼원계 기술의 특허침해를 막으면 중국의 해외 시장 팽창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그간 중국이 소재 공급망을 장악해 국내 업체들이 특허침해에 강력히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이제 해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특허를 무기로 활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삼원계 배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라며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을 이기기 힘드니, 특허 협상으로 중국 업체의 경쟁력을 낮춰야 한국이 배터리 산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를 활용해 배터리 라이선스 시장을 키우면 미래 수익 확보도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누적 특허 3만6570건을, 삼성SDI는 2만1571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로열티로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반도체 업계의 퀄컴처럼, 새로운 수익원을 기대할 수도 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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