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되자 꼬리 내린 美검찰... ‘성추문 재판’ 중지 요청

‘성추문 사건’ 재판 중지 요청

상무장관에 억만장자 러트닉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재판에 출석한 모습.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직전에 전직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성관계를 폭로하려 하자 입막음을 위해 13만달러를 건네고 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그러나 최근 해당 재판을 중단하고 트럼프의 형량 선고 연기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미 검찰이 19일 법원에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마칠 때까지 재판 절차를 일시 중지해 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뉴욕주 맨해튼 지방검찰이 지난해 3월 기소한 이 사건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자신과의 옛 관계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성인물 여배우에게 13만달러(약 1억8000만원)를 주고 회사 장부엔 다른 용도로 기재했다는 의혹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30일 배심원 12명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이 나왔고 오는 26일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검찰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트럼프의 임기 동안 재판이 중단될 수 있다. 맨해튼 지검은 판결을 미뤄 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로 “(검찰은) 대통령 직무를 존중하며 이에 수반되는 막중한 의무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가 어려워 보이니,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판결을 해달라는 뜻이다. 트럼프가 형사 기소된 다른 세 건의 재판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빠르게 해소되는 모양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정권인수위 공동위원장이자 억만장자인 하워드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당초 상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또다른 인수위 공동위원장 린다 맥마흔은 교육장관에 지명됐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뉴욕주 맨해튼 지검. /AFP 연합뉴스

미국은 배심원단이 유죄·무죄에 대해 판단을 하는 평결을 내리면 이후 판사가 대체로 이를 뒤집지 않는 수준으로 판결한다. 트럼프의 성인물 배우 입막음 사건은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트럼프에 대한 유죄 평결이 나와 검찰이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됐었다. 트럼프의 형사사건 네 건 중 유일하게 재판이 진행된 사건이기도 한다. 그런데 검찰은 왜 갑자기 ‘재판 중지’를 재판부에 요청했을까. 이 재판을 포함해 지난 5일 미 대선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로 불렸던 총 네 건의 형사 재판은 이제 어떻게 될까. 다섯 문답으로 알아봤다.

◇Q1. 검찰은 왜 이런 요청 했나

요청 내용은 26일 예정됐던 재판일에 법원이 선고를 하지 말고,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5년 1월까지 적어도 4년 동안 재판을 진행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검찰은 재판부에 보낸 요청서에 그 이유를 “대통령직의 이해관계와 사법 제도의 무결성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혹시 평결대로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트럼프는 범죄인인 상태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는데 미 대통령이라는 직무의 중대함을 고려한다면 이는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또 “헌법 제도하에 배심원의 근본적 역할을 존중한다”고도 밝혔다. 판사가 무죄 판결을 내린다면 대통령직 수행 우려가 해소되겠지만, 이미 배심원이 유죄 평결을 내린 사건이기 때문에 판사가 이와 어긋나게 무죄 판결을 내린다면 옳지 않다는 의미를 담았다. 트럼프 측은 이 사건이 검찰에 의한 정치적 탄압이며 이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Q2. 판결 수년 뒤 내려도 되나

흔치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피고인이 제대로 재판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병을 앓아 치료를 받고 있거나, 검찰에 협조해 다른 용의자를 수사하는 데 피고인이 협조해 형량 협상을 진행하는 등의 경우 판결을 수년 동안 미룬 사례가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재판부가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Q3. 나머지 형사 사건은

연방 검찰 사건 두 개와 주(州) 검찰 사건 한 개가 추가로 있다. 연방 사건은 잭 스미스 특별검사팀이 수사한 ‘백악관 기밀 유출’ 사건과 ‘2020년 대통령 선거 불복 및 2021년 1·6 의회 난입 선동’ 사건이다. 지난해 6월 특검은 트럼프가 첫 임기 종료 후인 2021년 정부 기밀문서를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에 보관해 간첩법상 ‘국방 정보 고의 보유’ 조항 등을 위반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8월엔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개표를 방해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조지아주 검찰이 수사한 사건은 2020년 대선 직후 경합주였던 조지아의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트럼프가 주 국무장관 등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Q4. 이 사건들도 흐지부지되나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일단 대통령은 연방 범죄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사면할 수 있다. 법적으로 좀더 따져봐야겠지만, 특검팀이 기소한 두 사건이 연방 사건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셀프 사면’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더 쉬운 방법이 있다. 특검을 해임하는 것이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법무장관은 특검을 해임할 수 있으며, 트럼프는 “취임하면 2초 만에 잭 스미스를 해임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스미스는 취임식 전에 스스로 물러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NYT는 “스미스 특검이 수사를 요약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사건을 마무리 짓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수사 결과를 법원 아닌 대중에게 판단받겠다는 취지이지만 재판 자체는 이로써 끝날 가능성이 크다. 새 법무장관이 새 특검을 임명하지 않거나 법무부를 통해 기소를 취하하는 방법도 있다.

조지아주 사건은 트럼프를 기소한 특별검사와 동료 검사의 불륜 의혹이 제기되면서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재 불륜 의혹을 받는 파니 윌리스 검사장의 자격을 박탈하는 항소심이 본안 재판과 별개로 진행 중이다. 윌리스가 사건을 계속 맡는다 해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초유의 일이라, 실제 진행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Q5.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일단 맨해튼 지검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은 검찰의 요청대로 재판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대세다. 설령 재판부가 검찰의 요구를 거부하고 유죄 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트럼프 측이 항소한다면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재판이기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가능성은 작지만 연방대법원에 사건이 간다면 최종 유죄 판결이 나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트럼프가 1기 때 대법관 셋을 임명해 대법원이 보수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스미스 특검이 맡은 사건 중 선거 불복 건은 1심에 계류돼 있다. 특검팀은 다음 달 2일까지 향후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재판부에 의견을 내야 한다. 기밀 유출 사건은 특검 자격을 둔 법적 공방으로 아직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조지아주 사건은 다음 달 5일 검사장 자격 박탈 항소심의 구두 변론이 열릴 예정으로 언제 사법 절차가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래픽=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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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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