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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잘나가던 ‘반세권’, 쌓이는 미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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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이천 등 ‘연초대비 10배’

대형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접해 주거 수요가 몰리던 경기도 남부권에서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급격히 쌓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있는 평택,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의 미분양 물량이 연초 대비 10배가량 급증했다. 삼성전자가 공장 증설을 중단하는 등 반도체 관련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청약 수요가 줄고, 기존 아파트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2~3년 전부터 ‘반도체 호재’에 편승한 과잉 공급도 미분양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평택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2847가구로 1월(361가구)보다 7.9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천시 미분양은 154가구에서 1585가구로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안성시(739가구)까지 세 지역의 미분양 물량이 5171가구로 경기도 전체 미분양(9521가구)의 54%를 차지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평택은 2.4%, 이천은 3.1%, 안성은 3.1%씩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경기도 평균 아파트값이 0.5%가량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2일 평택시 장안동에서 분양한 ‘평택브레인시티 한신더휴’(887가구)는 청약 접수가 447건에 그쳤다. 인근에서 상반기 분양한 ‘평택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1070가구), ‘지제역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1158가구)도 모두 미달이었다. 이천에서도 이달 공급한 ‘신안인스빌 퍼스티지’를 포함해 올해 분양한 아파트 중 미달이 아닌 곳을 찾기 어렵다.

평택과 이천, 안성은 모두 반도체가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도 이 지역들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육성하기로 하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이에 편승해 연간 적정 분양 수요가 3000가구 정도인 평택에선 올 상반기에만 4900여 가구가 분양돼 과잉 공급 우려가 커졌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2030년을 목표로 추진한 반도체 공장 증설 공사가 중단된 것도 지역 부동산 경기를 더욱 냉각시켰다”고 했다.

[이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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