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단독주택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와 어우러진 단독주택 밀집지. 수도권 2기 신도시 인프라를 누릴 수 있어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입찰자 수가 확 줄었다. (윤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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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원생활을 꿈꾸던 이들에게 세컨드하우스로 인기를 끌던 단독주택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수백 대 1 경쟁률을 뚫어야 낙찰받을 수 있던 단독주택 용지는 입찰하는 사람 없이 유찰되고, 경매 시장에는 주인 못 찾은 단독주택 물건이 쌓이고 있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아파트값 상승세가 5개월 넘게 이어지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9월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내 주거 전용 단독주택용지 37필지를 공급한 결과 총 15개 필지가 유찰됐다. 이들 필지는 건폐율 50%, 용적률 100%로 최고 3층까지 3가구를 지을 수 있는 부지였다. 수의계약을 진행한 끝에 매각에 성공했지만 10년 전 2014년 같은 부지 단독주택용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10 대 1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인기가 부쩍 시들해졌다.
단독주택용지 인기가 예전 같지 않자 무이자 조건을 걸고 매물로 나온 지역도 있다.
LH 동탄사업본부는 동탄역 인근 필지를 포함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D1·7·18·19블록) 61필지와 신주거문화타운 내 주거 전용 단독주택용지(D15·42블록) 62필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중 D1·7블록은 건폐율 60%, 용적률 180%, D18·19블록은 건폐율 50%, 용적률 120%가 각각 적용된다. 또한 주거 전용 단독주택용지인 D15·42블록은 건폐율 50%, 용적률 80%가 적용된다. 이 중 D15·42블록 필지는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도심 속 자연 친화적인 주택을 누릴 수 있는 입지였다.
그런데 이번에 공급한 단독주택용지는 모두 2년 무이자 조건으로 나왔다. 사실상 할인 분양을 한 셈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웬만한 입지에서 단독주택용지가 나오면 1차 입찰에 신청자가 대거 몰려 수십 대 1, 많게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는 했다. 2018년 경기 이천 마장, 다산 진건지구에서 각각 공급된 땅들만 해도 동탄보다 입지가 떨어지는 곳들인데 입찰자가 많아 한 번에 모두 팔렸다. 10년 전인 2014년 위례신도시에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45필지가 분양될 당시에는 필지당 분양가가 9억3400만~17억9000만원이었는데도 1만7531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390 대 1, 최고 경쟁률 2746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방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최근 LH가 울산 북구 송정동에서 공급한 주거 전용 단독주택용지 1필지는 신청자가 없어 두 차례나 유찰됐다. 청주 동남지구에서도 일명 타운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블록형 단독주택용지 3필지를 공급했지만 1순위에서 유찰됐고, 2순위에서도 신청자가 없어 매각이 불발됐다.
공사비 올랐는데 전매 규제 발목
경매 물건 3년 전보다 43% 급증
단독주택용지는 도심을 벗어나 전원생활을 꿈꾸는 30~40대와 은퇴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아파트 분양과 달리 주택 소유 여부 등 청약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것도 경쟁률을 끌어올렸다. LH 등에 따르면 2016년 수도권 공공택지지구 내 주거 전용 단독주택용지의 평균 경쟁률은 44 대 1에 달했다.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의 경우 거주 공간도 마련하고 상가도 임대해 수익을 낼 수 있어 인기가 더 높았다. 주거 전용에선 최고 3층 이하 주택 건설이 가능하지만, 점포 겸용에선 4층 이하로 1층에 상가를 들일 수 있다. 점포 겸용 단독주택은 개발이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 택지의 경우 입찰 경쟁률이 수천 대 일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2017년 정부가 소유권 이전 등기 전 전매 제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투자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당시 정부는 단독주택용지 청약에 많은 인파가 몰리자 공공택지 내 단독주택용지를 공급 가격보다 낮게 내놓더라도 소유권 이전 등기 전에는 전매가 불가능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당장 되팔 수 없으면 현금성이 떨어져 투자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이때만 해도 부동산 시장이 한창 상승세를 이어가던 시기라 본격적인 하락을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집을 지을 때 드는 공사비가 급등하자 투자 심리는 급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성남시에서 단독주택을 개발해 판매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단독주택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보다 공사비가 20%가량 높아 사업자에게도, 직접 집을 지으려는 개인에게도 부담이 커졌다”고 전했다. 2020년 전만 해도 3.3㎡당 350만~500만원 정도면 주택을 지을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잿값이 급등한 탓에 아파트 공사비조차 3.3㎡당 700만원을 훌쩍 넘는 실정이라 단독주택 건축비는 더 높다는 귀띔이다.
이미 준공된 단독주택 거래도 예전만 못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단독주택 매매 거래량은 2017년 12만7561건에 달했지만 점차 줄더니 2022년(6만8199건)으로 반 토막 났고, 지난해에는 4만9998채가 사고팔리는 데 그쳤다. 올 들어 9월까지 거래량은 3만6403건으로 연말까지 4만건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서울에서만 단독주택 1만7464채가 사고팔렸지만 지난해에는 매매 거래 건수가 2403건에 그쳤다.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과 달리 단독주택은 가격도 주춤하다. 가격도 요지부동이다. 전국 단독주택의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지난해 9월 594만원에서 올 9월 604만원으로 1.7% 상승했다. 평균치기는 하지만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3% 오른 것을 고려하면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인기가 확 식은 단독주택은 경매 시장에도 쌓이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10월 법원에서 진행된 단독주택 경매는 1622건으로 2021년 같은 기간(1132건)보다 43% 증가했다. 반면 평균 낙찰률은 44%에서 30%로 하락했다. 경매로 나온 단독주택 10채 중 3채만 주인을 찾는다는 의미다. 낙찰가율은 85%에서 71%로 내려앉았다. 수도권 위주로 아파트 경매 시장 회복세가 뚜렷한 것과 달리 단독주택 지표는 모두 하락일로다.
실제 최근 경기 광주 능평동에서는 감정가 5억원 후반대의 2층 단독주택이 유찰을 거듭하다 감정가의 반값 수준으로 경매에 나왔다. 채무자가 3억원 남짓을 갚지 못해 임의경매에 부쳐진 물건이다. 지난 1월 22일 경매가 개시됐고 성남시 분당구까지 차로 10분가량 걸리는, 장점이 꽤 있는 주택인데도 두 번의 유찰을 거쳐 감정가인 5억7692만1600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2억8269만원에 가격이 책정됐다. 만약 올 11월 경매에서도 또 한 차례 유찰되면 이 물건 최저 입찰가는 1억원대로 떨어지게 된다.
계속되는 찬바람에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은 투자보다 철저히 실수요 위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오랜 기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불경기가 겹치다 보니 단독주택 매물과 경매 물건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아파트 대비 환금성이 떨어지는 만큼 단기 투자보다는 현장, 주변 인프라, 개발 호재 등을 꼼꼼히 따져 실수요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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