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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故김문기 동생 “이재명 사과 필요없다... 올바른 판결만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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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업 실무자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문기 전(前)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의 동생 김대성씨는 “이재명에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재명에 사과받을 시기는 지났고, 사과를 받는다고 가족들의 상처가 회복되지도 않는다”라며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만 바란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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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데 대해 “이번 판결로 가족들의 마음은 조금이나마 편해지지 않았을까 한다”라고 했다. 김씨는 “재판 결과가 나오는 날, 어머니는 형 묘소에 찾아가서 통곡하셨다. 자식 앞세운 부모인데 그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씨의 80대 노모는 이 대표 선고를 며칠 앞두고 “문기가 왔다”며 버선발로 문 앞에 나갔다고 한다. 김씨는 “그런 어머니를 아버지가 끌어안고 말렸다”고 했다.

이 대표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 중 “김문기씨와 해외 출장 중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 “국토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상향했다”는 부분을 ‘거짓말’이라며 허위 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말은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김씨는 “‘김문기 모른다’는 말보다 산타클로스 옷 입고 나와서 춤춘 거, 그게 정말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경악했다. 어머니는 이 영상을 보고 오열하고 가슴을 치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은 지난 2021년 12월 21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고 유족은 22~24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빈소를 차리고 장례를 치렀다. 발인날이었던 2021년 12월 24일,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는 ‘재명C와 혜경C의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제목으로 산타 옷을 입고 춤추는 영상을 공개했다.

김씨는 “장례 기간에 내내 이재명으로부터 조의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은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라며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이 와서 형수님 붙잡고 얘기를 하길래 제가 가시라 했다”고 했다. 그는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운전기사 빈소는 가고, 같이 일했던 직원의 빈소는 오지도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2022년 2월 16일 국민의당 안철수 당시 후보의 선거 유세차량에서 국민의당 당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유세 도중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씨는 “이재명 주변에 사람들이 벌써 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라며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도 그렇게 행동할 순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의 각종 비리와 관련해 측근과 주변인 등 5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번도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숨진 김 전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 경기지사 이후 대장동 관련 재판을 받을 때(2019년 1월) 알게 됐다”고 했었다. 이후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1월에 김 전 처장 등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간 사진이 공개되자, 이 대표 측은 “단순 동행한 산하기관 직원이라 후보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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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맨 오른쪽)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인 2015년 뉴질랜드 출장지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동규(가운데) 전 기획본부장, 고(故) 김문기(뒷줄 맨 왼쪽) 개발사업 1처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 /국민의힘 이기인 성남시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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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처장의 사망 하루 전 공사는 ‘개발사업 기밀정보 무단유출’ 등을 사유로 그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하기도 했다. 김씨는 “일반 사람들은 경찰서만 가도 심장이 뛰고 가슴이 떨리는데, 그 고통, 압박감을 어떻게 견디겠느냐”라며 “평생 일밖에 모르던 사람인데 전 국민이 다 보고 있는 사건 한 가운데서, 혼자서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다.

김 전 처장의 아내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는 “형수는 형이 떠나고 아무 일도 못하다가 이제는 잊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라며 “상처가 너무 커서 형수랑 차마 통화를 못한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의 아들은 대학을 졸업했고, 딸은 고교생이라고 한다. 김 전 처장의 아들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이재명 대표가 아버지를) 모를 리 없다. (아버지가) 식사 도중이나 저녁 밤늦게, 주말에도 방 안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고 (어머니가) 누구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형이 이 대표를 존경한다고 자주 말했다. 가족들에게 종종 자랑하듯이 시장님과 골프를 쳤다고 했고, 같이 일하는 걸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우리 형을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었고 부서장이었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그 말 한마디만 했더라면…”이라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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