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선 "뉴진스와 새출발 위한 준비 단계일 수도"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소송 여부도 관심
전속계약 해지 소송 패소 시 위약금 감액이 관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어도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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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자회사 어도어를 지휘하며 그룹 뉴진스를 스타로 만든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사내이사에서 사임하고 하이브를 떠난다. 2019년 초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지 약 6년 만이다. 뉴진스가 어도어를 상대로 사실상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예고한 터여서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하이브를 떠나 새출발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희진, 하이브에 260억 원 풋옵션 행사 대금 청구 소송 제기
민 전 대표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오늘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계약을 해지하고, 하이브에 주주간계약 위반 사항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으려 한다”면서 “하이브와 그 관련자들의 수많은 불법에 대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하나하나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하이브와 그 자회사, 관계자들과 여러 민∙형사 소송에 휘말려 있는 민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날 어도어 대주주인 하이브와 주주간계약에 따른 매도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겠다면서 서울중앙지법에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의 귀책사유로 주주간계약이 이미 해지됐다는 입장이어서 약 260억 원으로 추산되는 풋옵션 행사 대금을 둘러싸고 양측의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의 내부 고발에 하이브는 ‘경영권 찬탈’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권을 발동한 데 이어 8월 어도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축소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어도어 대표로 재선임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지난달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그는 “어도어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왔으나 더 이상은 시간 낭비라고 판단했다”고 사임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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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소송 여부 관심... "업계 상식 반하는 소송 될 수도"
민 전 대표는 “뉴진스와 함께 꿈을 이룰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고, 뉴진스 역시 하이브에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며 그와 함께할 것임을 강조했다. 앞서 뉴진스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 복귀 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하이브를 떠나 새출발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보고 있다. 민 전 대표는 이날 입장 발표 이후 뉴진스와 어도어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언팔로우(온라인상 친구 관계를 끊는 것)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에 남아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쌓았다고 판단하고 이제 소송과 독립에 집중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진스는 최근 한 시상식에서 전속계약 해지를 염두에 둔 듯 “우리가 언제까지 뉴진스일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뭉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뉴진스가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내서 이길 수 있느냐, 패소하더라도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위약금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다. 선종문 법무법인 광야 대표 변호사는 “뉴진스가 밝힌 이유만으로는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낼 경우 업계 상식에 반하는 소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뉴진스가 패소할 경우 위약금은 민법 398조 2항 또는 103조 공서양속에 따라 판사의 재량으로 감액될 수 있고, 금액이 큰 만큼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어도어는 이날 민 전 대표의 이사직 사임에 대해 "일방적 사임 통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뉴진스가 더 크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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