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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용리단길부터 예산시장까지…백종원도 경고 날린 '핫플레이스'의 이면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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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출처=유튜브 채널 '백종원 PAIK JONG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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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솔루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백 대표는 최근 화제 속에 막을 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이전에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이름값을 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은 건 '솔루션 예능'이었는데요. 조언이 절실한 청년부터 업종 변경으로 고민하는 중장년층에게 외식업의 '꿀팁'을 전수해주고,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도 아끼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의 고충에 귀 기울였죠.

백 대표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모시고 싶은 인물 1위로도 손꼽히곤 합니다. 사업 비책을 전수해주는 대상을 지자체로 확대했는데요. 대표적으로 백 대표의 고향인 충청남도 예산이 있죠. 그중에서도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을 MZ세대도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핫플)로 만들었는데요. 친근한 분위기, 다양한 먹거리, 반짝이는 시설을 갖추도록 백 대표가 조력의 손길을 내밀면서 예산시장은 단숨에 전국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백 대표가 이 예산시장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아니, 신랄한 '경고' 수준이었는데요. 이 같은 경고는 백 대표의 입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주민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는 '핫플레이스의 이면'에서 비롯된 모양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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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 채널 '백종원 PAIK JONG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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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도 뿔났다…"임대료 상승? 시장 옮길 것, 빈말 아냐"


백 대표는 19일 유튜브 채널 '백종원 PAIKJONG WON'에서 최근 새롭게 단장한 예산시장의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시장 곳곳을 둘러본 그는 연신 "예쁘다", "뿌듯하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백 대표는 "옛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그럴싸하게 만들고자 했다. 난 사실 울컥한 게 '노력하면 새로운 걸 이룰 수 있구나' 싶더라"며 "흔한 현대식 시장이 될 뻔했는데 관광객들이 계속 찾을 법한 핫플 시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게 뜻깊다"고 감격했습니다.

그러나 마음 놓고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아니 사실은 예상한(?) 문제가 실현된 건데요. 일부 상가가 임대료를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올려버리면서 백 대표와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은 겁니다.

한 상인은 유튜브 채널에 "월세가 10만 원이던 가게가 지금은 16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올라간다더라"고 호소했죠.

더본코리아는 2018년부터 예산군과 예산형 구도심 지역 상생 협약을 맺고 구도심 상권 회복과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예산시장의 부흥을 위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대중 사이 화제를 빚었고, 시장도 단숨에 핫플로 떠올랐죠. 예산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났는데요. 6월까지만 방문객이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사람이 몰리면 '돈' 문제도 불거지기 마련입니다. 상권 활성화가 상가 임대료 상승을 부른 건데요. 백 대표도 이를 우려해 지난해 4월 "이왕이면 소탐대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애초 시장에서 시작했던 분들처럼 멀리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고, 예산군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예산군지회와 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거래 확립에 신경 써 달라고 부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이번 영상에서 백 대표는 "비싼 임대료 때문에 시장의 경쟁력을 무너뜨린다고 판단되면 저희와 마음이 맞는 분들을 모시고 시장을 옮길 것"이라며 "빈말이 아니다. 통째로 시장 놔두고 다 나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경고 아닌 경고를 하겠다"고 강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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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서울의 한 거리의 상가가 공실로 비어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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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뭐길래…경리단길·가로수길 아성도 무너뜨려


백 대표가 우려하는 현상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의 활성화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되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입니다. 예산시장도 핫플이 되면서 일부 상인들이 임대료를 크게 높여 받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이곳을 떠나는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백 대표는 직접 젠트리피케이션을 언급하며 "증오한다. 아주 진절머리가 난다"고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은 수많은 핫플을 망가뜨린 전적(?)이 있습니다. 감성 가득한 식당, 카페, 술집이 가득해 낮이고 밤이고 인파가 몰렸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들 지역은 핫플로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이 늘어났지만,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면서 상인들이 이탈했습니다. 가게들이 문을 닫다 보니 방문객 숫자가 줄어들고, 인근 가게들도 덩달아 문을 닫는 악순환까지 발생했죠.

결국, 2019년 경리단길은 26.5%의 공실률로 서울 지역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상권은 완전히 허물어졌죠. 현재까지도 경리단길, 가로수길에서는 '임대' 안내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대로변에 있는 입지 좋은 건물들도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가로수길을 오랜 시간 지켜오던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도 지난해 철수한 걸 보면 임대료 상승 여파를 체감할 수 있죠.

다만 젠트리피케이션에 회의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경리단길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이었는데요. 과거 이태원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인근 경리단길로 터전을 옮겨오면서 특색과 감성을 살렸고, 유명 상권으로 떠오른 겁니다. 신촌 상권의 영향을 받은 홍대 상권, 또 여기서 확장한 연남동, 망원동, 합정동 상권도 비슷한 맥락에서 활기를 띠게 됐습니다.

상권에도 유행이 있는 탓에 유행 변화에 따라 특정 상권이 새롭게 부상하거나 쇠락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일종의 사이클이라고 할까요. 문제는 한 번 높아진 상권 임대료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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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 채널 '백종원 PAIK JONG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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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 중 핫플' 성수동, 어떻게 대응할까?…'상생' 논의 필수


현재 핫플로 거론되는 용리단길, 성수동도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나옵니다.

4호선 신용산역과 4·6호선 삼각지역 사이의 골목 상권인 용리단길은 유명 맛집과 베이커리 등이 자리 잡으면서 MZ세대 사이 핫플이 됐는데요.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중심으로 중소형 사무실들이 모여든 데다가 최근에는 대단지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고정 수요까지 뒷받침됐습니다.

다만 용리단길의 상권 발달 과정도 타 '○리단길'들과 다를 바 없었단 게 우려를 부릅니다. 교통이 편리해 접근성은 좋았지만 권리금은 낮은, 조금은 낡은 골목에 젊은 창업자들의 맛집이 문을 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또 다른 자영업자들도 터를 잡아 상권이 형성됐죠. 상권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권리금과 임대료는 치솟을 테고,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과 터를 잡고 있던 사람 모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실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용산역 일대의 소규모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지난해 2분기 103.9에서 올해 2분기 113.4로 뛰었습니다.

성동구 성수동도 마찬가집니다. 성수동은 짧은 기간 운영되는 체험형 홍보 매장, '팝업스토어'의 성지로도 불리는데요. 뷰티부터 패션, 식음료 등 다양한 브랜드가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트렌디한 동네' 이미지를 굳혔지만, 일대 상권 임대료도 끌어올렸습니다. 지난해 2분기 105.3을 기록한 뚝섬 상권의 중대형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올해 2분기 113.1로 상승했죠. 같은 기간 소규모 상가 임대가격지수도 105.2에서 112.6으로 올랐습니다.

성수동은 젠트리피케이션 '대책'과 관련해서도 언급이 빠지지 않는 동네입니다. 성동구는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해 서울숲길 등에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업체가 입점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또 지역 상권 보호와 임대료 안정화를 위해 '상생 협약'을 제안,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상률을 자발적으로 제한하도록 유도했는데요. 건물주와 임차인의 절반 이상이 협약에 참여하면서 저마다의 특색을 갖춘 소규모 점포들이 늘어났죠. 자연스럽게 젊은 층의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경리단길 등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발길이 끊어진 것과 대조적인 그림입니다.

그런데도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상존합니다. 성수동에 즐비한 팝업스토어만 봐도 별도의 신고 혹은 허가 의무가 없는 데다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요. 제도적 차원에서의 논의는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된 셈이죠.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핫플의 그늘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임차인과 임대인, 전국 지자체와 각 자치구, 정부 부처 등이 모여 '상생'을 논의해야 하는데요. 성동구도 6월 팝업스토어 관련 사항을 규정한 '성동형 팝업 매뉴얼'을 공개하면서 팝업스토어 사용료를 공개해 상권 임대차 관련 가격 안정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백 대표 역시 예산시장과 관련해 "말도 안 되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붙어서 땅값이 들썩들썩거리면 안 된다"며 "저도, 더본코리아도 미래 성장력을 본 사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돈 벌자고 생각한 건 아니다. 다 함께 그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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