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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이제 윤석열과 검찰이 다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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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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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애초에 검찰의 기소부터 잘못된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당선무효형을 둔 이유는 반칙으로 선거에서 당선된 공직자를 끌어내리기 위해서다. 이재명 대표처럼 낙선한 사람에게 굳이 중형을 선고할 필요가 없다. 민주당에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환하라는 것도 지나치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돈은 묶고 말은 풀어야 한다. 정치인의 말을 처벌하는 것은 유권자를 속이기 위해 명백하게 거짓말을 한 경우에 그쳐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



민주주의에서는 법치보다 정치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이 선거와 정당에 자꾸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선거 결과에 정치인과 유권자는 대체로 승복했다. 선거가 끝나면 고소·고발은 서로 취하했다.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이후에도 경쟁자를 예우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총재와 함께 국정을 논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말 검찰의 디제이 비자금 사건 수사를 중단시켰다.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김대중 대통령은 이회창 총재와 일곱 차례 영수회담을 했다. 총풍·세풍 사건이 터졌지만, 검찰은 이회창 총재를 수사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이 터졌지만, 검찰이 이회창 총재를 입건하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때도 대선 경쟁자를 검찰이 기소한 적이 없다.



이런 우리 정치의 전통을 윤석열 대통령이 파괴했다. ‘윤석열 검찰’의 기소에 따라 이재명 대표는 모두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또 기소했다. 가히 ‘이재명 죽이기’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현 정권의 사정 라인은 윤석열 대통령, 김주현 민정수석비서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심우정 검찰총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거나 이른바 ‘윤석열 사단’ 출신 검사들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윤석열 사단 출신이다.



이들은 평생 사람의 잘못을 찾아내서 감옥에 보내는 일을 해왔다. 검찰주의자들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영원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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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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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눈에 이재명 대표는 정치인이 아니라 수많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반드시 감옥에 보내야 할 ‘거악’으로 비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일군의 검찰주의자들이 검사 본능에 따라 이재명 대표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장면의 본질이다. 본능에 따른 것이니 죄의식도 없을 것이다.



표적을 먼저 정한 뒤 먼지떨이 수사를 해서 법률 적용이 가능한 모든 혐의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소하는 것은 ‘윤석열 사단’의 전형적인 수사 방식이다. 나중에 무죄가 나오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너무 잔인하기 때문에 검찰 안에서도 비판이 많다.



검찰 특별수사의 전설로 불렸던 심재륜 전 고검장이 검찰 동우회 소식지에 ‘수사 10결’을 남긴 게 2009년이었다. ‘칼은 찌르되 비틀지는 마라’, ‘피의자의 굴복 대신 승복을 받아내라’, ‘끈질긴 수사도 좋지만, 외통수는 금물이다’, ‘수사하다 곁가지를 치지 마라’, ‘독이 든 범죄 정보는 피하라’, ‘언론과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 하라’ 등 주옥같은 내용이다.



윤석열 사단은 정반대로 했다. 칼은 비틀었다. 피의자에게 굴욕을 강요했다. 수사는 외통수였다. 곁가지를 쳤다. 언론과 유착했다.



윤석열 검찰의 이재명 죽이기는 성공할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정치 양극화 지형에서 적대적 공생 관계였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무너진다.



심재륜 수사 10결의 마지막은 “칼엔 눈이 없다. 잘못 쓰면 자신도 다친다”는 것이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이 다칠 차례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재명이 유죄라고? 그건 알겠는데, 그럼 윤석열은? 김건희는?”



김건희 여사 특검은 피할 수 없다. ‘언제 하느냐’만 남았다.



검사 대통령의 비리를 감싸는 든든한 방패이자 야당 탄압 도구로 전락한 검찰은 결국 직접 수사권을 빼앗길 것이다. 중요한 수사는 한국형 에프비아이(FBI·연방수사국)를 창설해서 맡기면 된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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