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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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을 허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인 지뢰 제공도 승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겨울 시작 무렵 악천후로 진흙탕이 돼 군사작전이 어려워지는 ‘라스푸티차’ 시기를 앞두고, 전황이 불리해진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결정이지만 민간인 피해 등을 불러올 수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시각) 미국 쪽 당국자 2명의 발언을 토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용 지뢰 제공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바이든 정부의 관련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 사용을 승인하고, 19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한 뒤 나온 조처다. 워싱턴포스트는 “레임덕에 빠진 바이든 정부가 흔들리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취한 긴급 조처의 일부”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이태큼스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을 경고한 상황에서 대인 지뢰를 우크라이나로 운송하는 것 또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대한 러시아 공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진격을 더디게 할 긴급 조처의 필요성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는 지뢰 제공이 러시아의 공격을 늦추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조처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한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대인 지뢰의 유형은 지속적이지 않은” 것으로 지뢰가 자폭하거나 배터리가 방전돼 민간인에 대한 위험은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인구 밀집지역에 지뢰를 배치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지뢰 사용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등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군의 이동 속도를 늦추고 방어선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인지뢰 사용은 반발을 불러왔다. 전세계 160개국 이상은 민간인 피해 등을 이유로 대인 지뢰 사용, 비축, 생산, 이전 등을 금지하는 국제 조약(오타와 협약)을 비준한 상태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은 서명하지 않았다. 비무장지대를 유지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수성에 따라 한국과 북한도 서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오타와 협약국은 아니지만 지뢰 사용은 지양해왔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전략적’ 지뢰 사용 필요성을 언급해 군비통제 옹호론자들에게 비난을 받았을 때, 바이든 당시 대선 후보는 “무모한 결정”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였던 2022년 “오타와 협약에 따라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는 대인 지뢰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이번엔 “전쟁을 신속히 끝내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 이전, 우크라이나전을 지원할 최후의 방법 중 하나로 대인지뢰 카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이후 줄곧 대인지뢰 필요성을 밝혀왔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워싱턴포스트에 “러시아는 어쨌든 대인지뢰를 사용한다”며 잠재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의 정책 변경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위기, 분쟁과 무기 분야 부국장인 메리 웨어햄은 “비지속적인 지뢰도 민간인 위험을 초래하고 복잡한 해체 노력이 필요하며, 항상 확실히 비활성화되지는 않는다”며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2022년 미 국무부는 미국에 약 300만개의 대인 지뢰가 비축돼 있으며, 1991년 걸프전, 2002년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한차례 사용된 이후 쓰인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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