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명문 여자축구팀들을 운영하는 재미교포 여성 사업가 미셸 강(65). /미국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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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명문 여자축구팀들을 운영하는 재미교포 여성 사업가 미셸 강(65) 회장이 미국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3000만 달러(약 418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는 여성의 미국축구협회 기부금 중 역대 최고액이다.
미국축구협회는 19일(현지시각) “사업가이자 구단주인 미셸 강이 미국 축구와 여성 스포츠를 위해 역사적인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5년 동안 3000만 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협회는 “이는 미국축구협회의 여성 및 유소녀 프로그램에 대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기부이자 여성의 기부금 중 최고액”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는 너무 오랫동안 저평가되어 왔다”며 “저는 여성 선수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경기장 안팎에서 여자 축구의 우수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투자가 다른 기부자들의 동참을 끌어내길 바란다”고 했다.
협회는 강 회장의 기부금으로 대표팀 캠프의 수를 두 배로 늘려 인재 발굴에 사용할 예정이다. 특히 이 기부금으로 유소년 대표팀은 지금보다 12배 많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되는데, 10만명의 여성 선수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협회는 설명했다. 또한 7만명의 여성 코치와 심판에게 교육을 포함한 더 많은 전문성 개발 기회를 제공해 여성 코치와 심판의 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미국축구협회 신디 팔로우 콘 회장은 “미셸 강의 선물은 미국의 여성 및 유소녀 축구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선수, 코치, 심판을 포함해 여러 세대에 걸쳐 축구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엠마 헤이즈 감독은 “저는 이 선물이 스포츠의 궤도를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미국 축구의 결정적인 순간에 있으며, 더 많은 여성 선수와 코치, 심판들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강대 유일 경영학과 여학생, 미국 유학길에 오르다
미국축구협회가 19일(현지시각) 미셸 강의 투자 소식을 전한 게시물. /X(옛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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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한국에서 태어난 강 회장은 11대, 13대 국회의원으로 여성 권익 신장에 이바지한 이윤자 전 의원의 딸이다. 그는 작년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한 인물을 기리는 비영리 단체 ‘호라티오 알저 협회’에서 상을 받은 후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에서 세 딸 중 막내로 태어났다. 교육자였던 부모님은 배움과 노력에 대한 평생의 열정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을 했던 강 회장의 아버지는 딸들이 자신의 인생을 찾기를 원했다고 한다. 강 회장은 “당시 한국에서는 여학생들은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했어도, 졸업 후에는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당연시됐다”며 “하지만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어머니는 일터로 돌아가셨고, 언니들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양육 환경이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서강대 경영학과에 유일한 여학생으로 입학해 1학년을 수석으로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도전을 위해 1981년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강 회장은 “당시만 해도 미혼 여성이 혼자서 해외로 떠난다는 건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며 “부모님께 ‘결혼을 위해 모아둔 돈을 빌려주면 미국에서 1년 동안 대학에 다니고, 그 이후 학비는 알아서 마련하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경영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은 강 회장은 글로벌 방위산업체인 노스럽 그러먼 인포텍에서 부회장까지 올랐다. 그는 유방암과 싸우면서도 회사의 수익을 4배나 성장시켰다고 한다.
그러다 2008년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에서 공공부문 헬스케어 컨설팅 업체인 코그노산트를 창업했다. 불과 몇 년 만에 강 회장의 회사는 빠르게 성장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2000명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가 구축한 포용적인 문화 덕분에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을 세 번이나 획득했다.
최근에는 여자축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2022년 2월 미국여자축구리그(NWSL) 워싱턴 스피릿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잉글랜드 여자 챔피언십(2부) 런던시티 라이어니스의 구단주가 됐다. 올해 2월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 8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의 지분 과반을 확보해 전권을 쥐었다. 아울러 올해 7월에는 여자축구 프로화에 중점을 둔 세계 최초의 멀티구단 글로벌 조직 ‘키니스카 스포츠 인터내셔널’을 설립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지난 8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난 이민자고, 운 좋게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며 “이제 내가 기회를 제공할 차례”라고 했다. 이어 “똑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으나 동등한 기회를 줄 수는 있다”며 “대단히 재능 있는 젊은 여성이 직업으로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꿈을 포기하는 걸 봐왔다. 남자아이들처럼 제약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주고 싶다”고 했다.
미국축구협회는 “강 회장은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에서 선정한 ‘여성 스포츠 파워 플레이어’이며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스포츠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으로 선정됐다”며 “전 세계 여성 스포츠를 발전시키는 데 전념하는 선구적인 비즈니스 리더이자 투자자”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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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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