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압구정 롤스로이스 男’ 징역 10년 확정

약물을 투약한 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압구정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모(29)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 신모씨가 지난해 8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뉴스1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씨의 상고심에서 검찰과 신씨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사), 약물 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 부분은 유죄가 확정됐다. 반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도주치사),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부분은 무죄로 확정됐다.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8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 여성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해 11월 사망했다. 신씨는 범행 당일 인근 성형외과에서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각종 마약류를 투약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지난해 9월 6일 구속 기소됐다.

1심은 지난 1월 신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고, 체포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보고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신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형량을 절반으로 줄인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위험운전치사 혐의 등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지만, 도주치사와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휴대폰을 찾기 위해 현장을 잠시 벗어났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 돌아와 사고 운전자임을 인정했고, 피고인의 이탈로 인해서 구호 조치가 지연되거나 사고 운전자를 확정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주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2심 판결에 검찰과 신씨 측 모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의 무죄 부분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도주치사)죄,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신씨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 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신씨는 지난 4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등 혐의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씨는 2022년 6월~2023년 8월 14개 의원에서 총 57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디아제팜, 미다졸람, 케타민 등 마취제를 투약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명의도 도용한 혐의를 받는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선목 기자(letsw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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