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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사드 감사’ 빌미로 전 정권 보복 나섰나…감사위 패싱·수사 요청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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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5월29일 오전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군 장비들이 들어가고 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앞서 노후장비 교체를 위한 육로 수송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소성리종합상황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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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를 늦추려고 미사일 교체와 관련한 한-미 군사작전을 시민단체와 중국 쪽에 유출한 혐의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청와대 시민참여비서관이었던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달 말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감사원이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이 필요한 고발 대신, 사무처가 직권으로 할 수 있는 ‘수사 요청’으로 전 정부 인사를 다시 한번 겨냥하면서 ‘표적 감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위원회의 패싱’ 사무처, 권한남용 논란





‘사드 배치 지연 의혹 감사’엔 그간 시민사회와 국회가 지적해온 감사원의 ‘견제 회피 수단’이 모두 동원됐다. 먼저 수사 요청은 ‘고발’과 달리 감사원 최고 의결기관인 감사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지 않아, 사무처가 ‘결과물’을 만들고자 할 때 자주 사용한 방식이다.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65조)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될 때만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 사무처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전현희 민주당 의원), 통계조작 의혹(김상조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등 전 정부를 겨냥한 사건에 수시로 수사 요청을 하고 있어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감사의 출발이 객관적 견제망에서 벗어난 ‘공익감사청구’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언론인·법조인 등 외부 인사와 감사원 내부 인사로 구성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의 결정으로 감사 개시를 결정하는 ‘국민감사청구’와 달리, 공익감사청구는 사무처가 개시를 결정한다. ‘공익감사청구자문위원회’가 있지만, 이 기구는 결정권이 없다. 이번 감사는 보수 성향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의 공익감사청구를 사무처가 받아들이며 시작됐다. 감사 청구부터 개시 결정, 수사 요청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사무처를 견제할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9월 낸 ‘윤석열 정부 2년 감사원 보고서’에서 감사권 남용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는 감사 착수 △정치적 목적의 수사 요청 및 수사 참고자료 송부를 들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은 수사 요청, 수사 참고자료 송부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최용문 변호사는 “감사원이 감사위원회의와 사무처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들을 무시하고 감사원이 수사 요청 같은 수단을 사용해 감사원의 기본 정신을 거스르고 있다”며 “더욱이 국회와 시민사회에서 관련 지적이 있었고, 버젓이 상임위에서 관련 내용이 담긴 법안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것을 무시하고 수사 의뢰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미 공개한 ‘외교적 판단’이 기밀 누설?





감사원은 정 전 실장 등 4명이 사드의 한국 정식 배치를 늦추려고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사드 포대의 미사일 교체 관련 한-미 군사작전을 시민단체에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감사원은 이들이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이유로 주한 중국대사관 소속 국방무관에게 사드 미사일 교체 작전명과 작전 일시, 작전 내용 등을 사전 설명한 내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20년 5월29일 국방부 당국자는 “사전에 외교 채널 등 다양한 경로로 중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언론에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사실을 이제 와서 새삼 문제 삼으며 수사 의뢰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행위를 감사원 주장대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볼 수 있는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군사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한 변호사는 “기계적으로는 군사상 기밀 누설의 구성 요건에 해당할지는 몰라도, 고차원적인 외교적 필요성에 의한 정책적 판단으로 알려준 것이라면 위법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또다시 전임 정부를 향해 칼을 휘두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는 단언컨대 결단코 사드 배치를 의도적으로 지연한 적이 없다. 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려 했던 과정들이 ‘의도적 지연’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아 죄라는 건가”라며 “또다시 시작된 감사원의 정치보복 돌격대 노릇을 당장 그만두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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