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불장…지금 무슨 일 벌어지고 있나
■ 경제+
“우리에겐 비트코인 대통령이 생겼다.”(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회장) 그야말로 코인 투자자들의 호황기다. 호재는 쭉 이어져 왔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렸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해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 역사상 첫 친(親)암호화폐 대통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에 비트코인 가격은 2024년 11월 14일 사상 처음으로 개당 9만3000달러(약 1억2948만원)를 넘겼다. 1년 전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130%가 넘고, 트럼프 당선 확정일에만 샀어도 25% 올랐다. 지금 ‘코인 불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트럼프는 1기 행정부(2017~2020년) 당시만 하더라도 “비트코인을 단속하라”며 암호화폐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그런 트럼프가 느닷없이 ‘암호화폐 업계의 수호신’이 된 건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젊은 유권자를 향한 정책적 차별화를 위해서였다. 이런 변화가 불러일으킨 코인 랠리와 관련해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한 건 전망이다.
과연 코인은 지금이 고점일까? 어디까지 가격이 오를 수 있을까? 어떤 암호화폐와 업종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을까? 이런 의문점을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과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리서치센터의 강동현 연구원과 함께 진단해봤다.
우선 트럼프의 암호화폐 주요 공약을 점검해 보자. 트럼프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획득할 모든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이 발의한 ‘비트코인 비축법’엔 미 정부가 향후 5년간 총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이를 최소 20년간 보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주원 기자 |
또 트럼프는 비트코인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설립해 암호화폐 산업을 위한 투명한 규제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암호화폐에 비판적인 게리 겐슬러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을 취임 첫날 해임하겠다고 하고, “비트코인은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채굴 기업에도 우호적인 손짓을 보냈다.
홍성욱 연구원=그동안 암호화폐 업계나 비트코인 이외의 코인(알트코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증권성 리스크’였다. 그동안 SEC가 비트코인 등 몇 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코인을 ‘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미등록 증권을 발행했다’는 증권법 위반을 적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코인 업계 운신의 폭이 좁았다. 만약 미국 정부가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알트코인이 산업적으로 더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고, 규제 리스크로 진입을 꺼리던 금융기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수 있다. 또 증권성 리스크가 완화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 다른 코인의 현물 ETF가 나올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김주원 기자 |
강동현 연구원=지금까지 암호화폐 업계는 ‘초크포인트 2.0’으로 대표되는 미국 정부의 규제 일변도 입장과 SEC의 고소·고발로 자금 유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규제 환경이 해소되면 올해 주목받았던 밈코인(Meme coin)보다는 그간 위축됐던 ‘디파이(탈중앙화 금융·DeFi)’ 분야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한 글로벌 광의통화량(M2) 확장 여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트럼프 2기의 규제완화 수준에 따라 알트코인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탈중앙화 금융 분야에선 ‘유니스왑(Uniswap)’ 등 1세대 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1세대 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들은 비교적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됐고, (거버넌스) 토큰 분배가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규제 환경에서도 지속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알트코인 거래 수요가 꾸준히 유지된다면 DEX(탈중앙화 거래소) 분야, 특히 현물 및 영구선물(perpetual·만기일 없는 선물 계약) 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DEX의 거래량과 수익은 디지털 자산 가격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암호화폐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탈중앙화 금융시장 규모는 현재 1000억 달러 미만이지만, 2026년 말까지 7000억 달러(약 984조원)로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다.
트럼프는 대선 직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이라는 이름의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을 출범했다. 이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은 일종의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WLF는 거버넌스 토큰 WLFI를 발행해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일가와 관련된 회사가 WLF 순수익의 75%를 받기로 한 데다가, WLF 핵심 인물들이 과거에 운영했던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이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WLFI 판매량은 1000만 달러 수준으로 당초 목표치(3억 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WLF는 향후 자체 스테이블코인도 발행할 계획인데, 트럼프는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 찬성 입장을 내놨었다.
홍성욱=테더의 USDT(미국 달러에 고정된 암호화폐의 일종) 같은 경우, 미국 역외 업체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라 미 정치권에서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트럼프가 취임하고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역외 업체가 발행한 달러 스테이블코인보다는 미국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더 수혜를 볼 것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
강동현=거래소, 결제 대기업 등의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 참여가 예상된다. 페이팔이 ‘PYUSD’(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를 출시하고 결제사인 ‘스트라이프’가 스테이블코인 결제 플랫폼을 인수하는 등 결제 대기업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로빈후드’ ‘크라켄’ 등 거래소에서도 USDG(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팍소스’가 발행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를 출시 예정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기반으로 저축이나 거래를 하고, 국경을 넘어 송금하는 데 쓰이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026년 말까지 약 1조 달러(약 140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장 수혜를 볼 암호화폐나 분야도 주목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실사용 사례와 연관성이 높은 디지털 자산들이 더 큰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며, 특히 솔라나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초과할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다양한 실사용 사례를 살펴볼 때 ▶게임과 토큰화(실물 자산·권리를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하는 것) 분야 ▶초기 단계인 ‘탈중앙화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 분야에서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꼽았다. 번스타인 역시 규제 환경이 완화하면 향후 12개월 이내에 이더리움과 솔라나와 같은 알트코인이 비트코인보다 높은 수익률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을 전제로 2025년 말까지 비트코인 목표 가격을 20만 달러(약 2억8204만원), 이더리움은 1만 달러(약 1400만원)로 제시했다. 번스타인도 대선 이후 보고서에서 “규제 우려로 암호화폐 노출을 꺼려온 투자자들에게 사고방식을 뒤집길 권고한다”고 밝혔다.
■ 〈머니랩〉이 선정한 ‘트럼프 시대 투자법’
삼전-하이닉스 엇갈린다? ‘트럼프 2기’엔 이런 투자법 [① AI·반도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0828
“2차전지 죽쒀도 이건 뜬다” 머스크와 엮인 국내 기업 [② 전기차·2차전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1112
트럼프가 끌어올린 4%대 국채 “채권 개미엔 지금이 기회다” [③ 채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1416
“코인 위험? 생각 뒤집어라…이건 비트코인보다 더 뛴다” [④ 암호화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1700
“금 내년 3000달러 찍는다” 수류탄 트럼프, 피난처는 여기 [⑤ 대체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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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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