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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실적 부진 이어지는 영원무역…발목 잡는 초고가 자전거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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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년비 42% 감소
초고가 자전거 수요 줄고 재고 쌓여 수익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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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무역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1045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영원무역 건물 전경.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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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문은혜 기자] 영원무역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뚝 떨어졌다. 주력인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도 부진했지만 초고가 자전거를 판매하는 스캇부문이 적자를 기록해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로 고가 자전거 수요가 제한적인 가운데 재고 처리를 위한 할인 판매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올해 3분기 매출액 1조685억원, 영업이익 10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9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42% 줄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6709억원, 영업이익은 34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9%, 38.67%가 감소한 수치다.

영원무역 사업은 크게 '의류 OEM' 부문과 '스캇' 부문으로 나뉜다. 아웃도어와 스포츠 의류, 신발, 가방 등을 생산해 수출하는 OEM 사업부가 전체 매출의 68%를, 프리미엄 자전거와 스포츠용품을 유통하는 스캇 사업부가 27%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5%는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 유통에서 나온다.

올해 3분기까지 주력인 OEM 부문의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4.62% 증가한 3조327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5.64% 감소한 4189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스캇 부문 누적 매출은 26.57% 줄어든 7225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해 3분기 누적 557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올해 105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의류 OEM 사업은 룰루레몬 등 주요 고객사 주문량이 늘면서 매출이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증권가에서도 OEM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 증가로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해왔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발행한 '영원무역, OEM 부문 올해 1분기 저점으로 서서히 회복'이라는 보고서에서 "하반기 오더는 1분기 말 생산을 위한 원재료 및 재공품 등 재고자산이 증가한 것을 보면 충분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이 가능하다"며 "영원무역의 제1고객사인 룰루레몬 등 고객사 전반적으로 재고 확보에 아직은 덜 적극적인 상황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오더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발행한 '영원무역 2분기 실적 기대 밑돌아, 하반기 기점으로 회복 예상' 보고서에서 "하반기 본업인 OEM 사업부의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며 "주요 고객사인 애슬레져 브랜드 룰루레몬이 남성용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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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무역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하는 스캇부문이 올해 3분기 1051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원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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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스캇부문 실적은 암울하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한 대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초고가 자전거 판매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판매 위축은 재고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져 영원무역 전체 실적에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업인 의류 OEM 외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 2013년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인 '스캇'(SCOTT) 지분 20%를 인수한 영원무역은 2년 뒤인 2015년에 지분율을 50.01%까지 늘려 경영권을 확보했다. 영원무역이 스캇 지분 확보에 투자한 금액만 15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에는 스캇 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2304억원 규모의 자금 대여까지 나섰다.

영원무역은 이처럼 막대한 돈을 스캇 사업에 쏟아붓고 있지만 자전거 수요는 코로나19 시기에 반짝 늘어난 이후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엔데믹이 본격화되면서 자전거 타기 외에 할 수 있는 활동이 늘어난데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스캇 사업부가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하면서 영원무역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지난 14일 공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2023년부터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등 불확실한 사업환경이 지속됐고 코로나19가 종료됨에 따라 글로벌 자전거시장 수요가 둔화돼 판매 감소 및 재고 과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영원무역은 스캇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전거 일부 제품을 최대 40% 할인 판매 중이다. 정가 2170만원에 달하는 '스케일 RC SL' 모델은 현재 20% 할인된 173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판매량 높은 인기모델인 '스케일 965'는 185만원에서 148만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통상 4분기는 자전거 판매 비수기인데다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까지 진행되고 있어 올해 스캇 사업부 수익성은 부진할 전망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캇 부문은 과잉 재고와 수요 부진으로 할인 판매가 지속되면서 매출 감소와 영업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부진은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원무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전거 사업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전기자전거(E-BIKE)가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앞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며 "자전거 산업의 성장성이 긍정적인 만큼 지속적인 제품개발 및 투자를 통해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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